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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하던 그 겨울날의 기억

by 일야 OneGolf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에게는,
겨울이면 아궁이에 불을 지펴서 조리도 하고 쇠죽도 끓이는 것이 일상이었다.
아궁이에 불을 피우려면 나무가 필요했고,
겨울이 되면 지게를 지고
산으로 나무하러 다니는 게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자라던 동네엔 나보다 두 살 위 형들이 셋 있었는데
나는 늘 그 형들과 같이 다녔다.
약속을 따로 잡을 필요도 없었다.
긴 휘파람 한 번.
그게 모이라는 신호였고,
어김없이 그 소리를 들으면
지게에 고구마 몇 개 담은 보자기를 묶고
집을 나섰다.

그러면 어느새
산 중턱에서 다들 만나게 되어 있었다.
형들은 어떤 나무를 해야 할지 알고 있었고,
가지 중에서도 삭정이만 골라
말끔하게 단을 지어냈다.
나는 그런 걸 몰랐고,
그저 눈밭을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놀다가
거의 다 끝날 즈음에
형들이 해준 걸 얻어오거나
부족하면 청솔가지 몇 개를 더 잘라
간신히 한 짐을 만들었다.

문제는,
청솔가지는 삭정이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거다.
내려오는 길은 늘 힘들었고,
중간중간 자주 쉬어야 했고,
가끔은 지게 중심이 흔들리다가
그대로 엎어지기 일쑤였다.

그럴 때면 형들은
“좀 덜어내자” 하며 핀잔을 주고,
나는 “다 가져갈 거야” 하며 실랑이를 벌였지.
그렇게 몇 번을 넘어지고,
다시 짐을 싸고 묶고,
그래도 한 번도 중간에 짐을 버린 적은 없었다.

한 번은 욕심이 과했는지
짐을 너무 많이 실어서
해가 질 때까지 산에서 내려오지 못한 적도 있었다.
결국 어른들이
손전등을 들고 찾으러 올라오셨다.

돌아보면
그 겨울 산길은
작은 어깨로 세상을 짊어지던
내 첫 연습장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휘청이고 엎어지고 다시 짊어지고...
그걸 반복하면서
나는 조금씩
짐보다 마음을 지는 법을 배워갔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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