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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게선 독특한 향(香)이 있더라

by 일야 OneGolf

그 강렬했던 여름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버젓이 밀고 들어와 한자리 떡하니 차지하고 앉더라니..

어느새 세상을 너의 색으로 물들이고 있더라

새벽부터 내린 비에도 그 서늘함이 서려 들고 여느 때와는 다른 그 가을의 향내를 토란잎에 고여놓았나 보다.

마당 잔디밭 귀퉁이에는 할아버지도토리가 빼곡히 제자리인양 파고들 드는 게 보이는데

'저건 언제 주워내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드는 건 가을의 정취보다 몸의 고단함이 더 현실적이기 때문이겠지..

못난이들만 모여있는 이곳은 마치 못난이가을만 만났나 보다.

어찌 그리 다들 제멋대로 삐뚤빼뚤한 가을을 꼭 같이 닮았냐!!

가을이는 열 맞춰서 오지 않고

오고 싶은 대로

제멋대로

순서도 없이

오는 듯하다가 쉬고

왔는가 하면 가버리는

그런 개구짐으로 흐드러지더라.

푸릇함이 사그라들고

연해짐에 색을 덮이는 시간들이 지나면

총천연색 이 가을은 그 깊음도 다하겠지만

흐릿함에 서린 짙은 가을색처럼

형언하기 힘든 가을의 독특한 행내음으로


그렇게 하루를 채워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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