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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프리미엄으로 일상을 채우다
시골 비(雨)
by
일야 OneGolf
Oct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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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나뭇잎에
낙엽에
땅바닥에
마당 잔디에
잊고 있었다.
비가 내리면 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을..
타닥.. 탁
그 작은 타감이 익숙하게 귓전에 맴돈다.
아주 어린 시절,
나의 고향은 소위 말하는 두메산골이었다.
(물론 지금은 도로가 생기고 자동차에 의해 도시에서 가까워졌지만...)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내고 학교를 대전으로 입학한 나는,
토요일이면 대전에서 비둘기호 완행 기차를 타고
회덕을 지나 신탄진, 그리고 매포역에서 내리면
역에서 금강 줄기의 어느 지점일 나루터까지 20~30분을 걸어서 도착하면,
이웃 부락 강사공 아저씨는 기차시간에 맞춰 배를 대고 기다리신다.
강을 건너고 다시 근 30분을 걸으면 고개를 돌아 멀리 집이 보인다.
비 오는 날,
시골집 사랑방에 앉아 문을 얼어놓으면
감나무잎에 그리고 흙마당에 떨어지던 그 타닥거림이 있었다.
학교를 진학하고 군대를 입대하고
그렇게 10년의 세월이 몇 번을 지내면서
나는 잊고 있었다.
도시비와는 그 색깔도 냄새도 소리도 다른
시골비의 타닥거림을...
전원으로 돌아온 지 3년 가을날
조용하게 내리는 그 비에서 다시 시골비의 소리가 들린다.
청푸르던 앞산에 짙은 검푸름과 붉게 그리고 노르스름하게 색이 입혀지고
내 눈과 그 어스름한 산색 사이를 가을비가 길쭉하게 선을 그리면서 내려앉고 있다
그 시골비의 타닥거림을 뽐내면서..
시골비의 그 소리가 또 하루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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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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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방향성을 추구하진 않지만 방향은 읽습니다. 디지털을 넘어 AI 시대를 살아가는 아날로그 글쟁이입니다. 너무도 당연한 이야기를 글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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