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칭률 0%를 정복하는 법

by 일야 OneGolf

​월하는 송운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회사 교육실에 끌려갔다. 송운은 그에게 태블릿 PC를 내밀고, 매칭률 99%를 위한 ‘현대 연애 이론 기초 강의’를 강제로 시청하게 했다.


​송운 : “월하 씨는 오늘부터 이걸 다 외워요. 이게 붉은 실보다 중요해요.”


​[화면 속 강사] : “여러분, 썸은 3일 법칙, 7일 법칙이 있습니다. 세 번째 만남 전에 애프터 신청 시 성공률 80%를 넘기지 못하면...”


​월하는 경악했다.


“사랑에 법칙이 있다니! 이것은 신성모독이오! 사랑은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맹목적으로 빠지는 것이거늘!”


​송운 : “아닥하고 메모하세요. 맹목적 사랑은 매칭률 0%의 폐기물이에요. 우리는 확률을 높여야 합니다.”


​월하는 연애 이론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송운의 눈빛에 굴복해 억지로 메모를 시작했다.

그는 [애프터 신청 3일 법칙], [밀당의 7단계], [손절 타이밍] 같은 단어를 마치 고전 경전처럼 받아 적었다.

​송운은 월하를 실습에 투입했다. 그녀의 회사는 매칭 성공률이 낮기로 악명 높은 ‘VIP 남성 회원 (매칭률 0%에 근접)’ 한 명을 월하의 첫 번째 컨설팅 대상으로 배정했다.


​VIP 회원 : “제가 이번에 매칭된 여자분께 연락을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서요. 혹시 ‘밀당’을 좀 해야 할까요?”


​월하는 ‘밀당’이라는 단어에 혼란스러웠다.


​월하노인 : “밀당? 사랑하는 사람을 왜 미는 것이오? 사랑은 일직선이오! 밀지 말고,.. 잡으시오! 지금 당장 가서 당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시오!”


​송운 (뒤에서 무전) : “월하 씨!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밀당은 기본이에요! 밀지 않으면 매력이 떨어져요!”


​월하노인은 순간 혼란에 빠졌다. 신계의 진리(솔직함)와 인간계의 법칙(밀당)이 충돌했다. 결국 그는 VIP 회원에게 엉뚱한 조언을 해버렸다.

​월하노인 : “좋소! 밀당을 하시오! 당기지 마시오. 미시오! 그리고 그 여인이 당신을 밀면 다시 미시오! 신계에서는 그렇게... 아, 아니, 인간계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오!”


​VIP 회원은 월하노인의 비현실적인 잘생김에 압도되어 그의 엉터리 조언을 곧이곧대로 실행하러 갔다. 송운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며칠 후 VIP 회원이 회사에 돌아와 송운을 찾았다. 송운은 해고를 각오했다.


​VIP 회원 : “매니저님! 저... 성공했습니다! 그 여자가 저에게 푹 빠졌어요!”


​송운 : “네? 밀당을 그렇게 이상하게 했는데도요?”

​VIP 회원 : “네! 제가 자꾸 밀기만 하니까 그녀가 제게 ‘저 혹시 저 싫어하세요? 진심이세요?’ 하고 묻더라고요. 그때! 월하 컨설턴트님 얼굴이 생각나서 그냥 진심을 담아 말했어요. ‘아닙니다. 당신은 나의 운명이오.’라고요!”


​송운은 다시 한번 경악했다. 월하노인이 던진 비과학적인 말 한마디가 그의 천생 미남 외모와 결합하여 치명적인 매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송운 : (독백) 저 사람은 논리적으로 매칭되지 않는 '통계적 오류' 그 자체야. 하지만 그 오류가 실적을 올리고 있어...

​송운은 월하를 해고하는 대신 그를 자신의 감시하에 두기로 결정했다.
​송운은 퇴근길에 월하를 불러 세웠다.


​“월하 씨, 당신 월급으로는 서울에서 방 못 구해요. 그리고 내 눈앞에 둬야 당신이 이상한 짓 못하죠.”

​그녀는 계약서를 내밀었다.

​“이건 ‘기간 한정, 철저한 사적 선 긋기 조건’의 룸메이트 계약서예요. 당신은 내게 집값을 보조하는 대신 매일 현대 연애 이론 수업을 들어야 해요. 물론, 운명론은 금지입니다.”


​월하는 드디어 '집'과 '안정적인 밥'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계약서에 사인을 했다. 그는 계약서의 내용, 특히 ‘사적 선 긋기’의 의미를 전혀 알지 못했다.


​월하 : “좋소! 당신의 운명을 엮는 법칙을 배우겠소. 나의 짝이여!”


​송운 : “제 짝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해요! 계약 위반이에요! 그리고 짐은요?”


​월하노인은 자신의 회색 겉옷을 가슴에 품었다.


“이것이 전부요. 신은 원래 빈손으로 오는 법이오.”

​송운은 이 잘생긴 남자를 잘생긴 또라이로 규정하고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운명 불신자 송운과 천생 미남 월하노인의 아슬아슬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이전 03화'스펙'이라는 신성모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