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태롭고 다정한
굳이 왜 하필 하여튼 일부러 하여간 뭐 하러 어째서 하릴없이 고작 해야할까 어차피 쓸데없이 겨우 도대체
사람이 나를 구원할 수 없다. 나는 사람을 구원할 수 없다. 사람이 구원이 될 수 없다. 구원은 사람이 될 수 없다. 나는 구원이 될 수 없다. 구원은 내가 될 수 없다. 사람으로부터 구원받을 수 있다는 생각은 기만. 내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은 우만. 사람을 구원으로 내던진 사랑은 오만. 사람이 내가 구원으로부터 나를 구원을 사람을 나로부터 나는 우리는 사람에게 구원받을 수 있다는 구원은 사람으로 사랑받을 수 없다.
부정적인 어감을 부정해요. 어떤 단어는 말의 힘을 늘어트려요.
꽃이 시들었다는 건 환하게 핀 적 있다는 것. 고요가 외롭다는 건 어느 밤을 헝클어 보았다는 것. 하늘이 높고 푸르던 날은 많이 지쳤다는 것. 독립적인 뒷모습의 외투는 닳아있다는 것. 더운 바람이 서늘해졌다는 건 또 한 해의 반을 넘게 보냈다는 것. 입버릇처럼 죽을 거라던 사람은 치열하게 버티고 있었다는 것. 당연하게 보이는 당연함은 속이 많이 상했다는 것. 당연했던 게 특별해 보이던 오늘은 의연하지 못했다는 것.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할 수 없었다는 것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이 해볼까 천천히 마침내 끝내 버텨낸 반드시 함께 그래도 덕분에 변함없이 설령 비록 어쩌면 당신 말처럼 우리가 영원히 우리일 수 없을지라도
말의 힘은 나의 기둥. 사람이 내가 사람을 구원이 당신을 나를 우리를 구원할 수 없을지라도. 당신이 즐겁기에 빈자리가 눅눅하다는 거야. 축 처진 그림자가 고여 발목 걸려 참방일 때도 잊어볼 수 있다는 거야. 잃을 게 두려워 이대로 멸망하기보다 힘껏 속아보는 거야. 철 가면 고쳐 쓰고 모진 농담 튕겨내고 흔들리는 목소리 허튼 웃음으로 한껏 옥죄어보고 결국에는 혼자 누워있을 어둠조차 어떻게든 끌어 웅크리는 거야. 어제가 엊그제가 쌓여야 내일도 오늘이니까 기다리는 거야. 마른 화분에서 또다시 봄이 오고 적막 속에서 피어나는 시시콜콜한 한낮도 읊어보는 거야. 특별할 거 없는 매일을 소중하게 궁금해하는 거야. 의미는 의미가 부여하는 거야. 환하게 이뤄내는 찰나의 구원을 구원이라 믿기 위해 영원하지 않을 영원을 영원히 영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