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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Jan 21. 2017

영화<실버라이닝 플레이북>

희망은 언제나 옳다


거의 한 1년 전쯤에 친구가 보라고 추천했던 영화였는데, 다운만 받아놓고 오랫동안 방치해두었던 외장하드 속에서 우연히, 2015년 5월 3일 일요일, 내 눈에 띄었고,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그 어떤 스포일도 없이 영화를 접할 때 나는 항상 더 미친듯이 몰입되곤 했었다. 이 영화도 그랬다.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병맛 주인공 두 명의 좌충우돌 연애스토리
내지는 아픔을 간직한 두 주인공의 치유과정이랄까.

이 영화가 그냥 밑도 끝도 없이 좋았고 귀여웠던 건,
주인공 두 명 모두 이성적 제어가 불가능한, 그러니까 그냥 하고싶은대로 말하고싶은대로 다 해버리는 캐릭터들이었기 때문인 것 같다.
그 캐릭터는 어쩌면 나이기도 했고, 내가 벗어나고 싶은 나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왠지 모를 애정이 생겨났다.

극 중 (브래들리 쿠퍼)은 와이프가 다른남자와 샤워하며 외도하는 장면을 목격한 이후, 완전히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결국엔 정신병원행이 되었으며 아내로부터 접근금지 명령처분을 받는다.
시종일관 '니키,니키'하며 아내의 이름을 부르는 해바라기 같은 팻에게는 아내의 외도가 엄청난 정신적 충격이긴 했을 테지만, 관객 입장에서도 저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팻은 분노조절이 잘 되질않는다.
(근데 그 모습은 정말 귀엽다)


한밤 중에 아내와의 결혼비디오를 찾는다며 부모를 깨우고, 아내와 연관된 '무기여 잘있거라'의 책 줄거리가 해피엔딩이 아니라며 난데없는 난동을 피우기도 한다. 저런 분노조절 장애를 가지고 어떻게 학교선생으로 근무했는지 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그러나 이 남자가 정말로 병맛인 건,
그렇게 폭탄처럼 제 하고싶은 대로 온갖 성질을 다 부려가면서 아내로부터 '미저리' 취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철썩같이 아내가 자신에게 돌아올거라 믿는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정말 애잔할 정도였다....

그러다가 우연히 친구네 부부 집에서 티파니(제니퍼로렌스) 만나게 되는데, 티파니도 거의 팻에 버금가는 병맛 또라이다.

남편이 사고로 죽고난 뒤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열한명에 달하는 직장사람들 모두와 잠자리를 가지고 회사에서 쫓겨난다.
그리고는 무슨 이유에선지 팻을 본 이후로 팻을 졸졸 따라다니며 유혹 아닌 유혹을 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 티파니라는 여자 또라이 역시 사실은 내면에 아픔이 똘똘 뭉친 가여운 여자라는 것.

이 영화의 두 병맛 캐릭터의 교집합은, 바로 배우자로 인한 상처다. 물론 아내 '니키'밖에는 모르는 팻은 티파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팻의 약점을 아는 티파니는 '니키에게 편지를 전해주겠다'라는 솔깃한 방법으로 팻에게 접근을 시도한다.(나름 머리가 좋은 여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왠지 팻이 편지만 전달해주면 떠나갈 것 같자 '편지를 전해주는 대신 나랑 댄스대회에 참가해달라'고 요구한다.
처음엔 성질내는 팻이지만 '니키'에 미친 팻은, 편지만 전달해준다면 간이고 쓸개고 다 내놓을 눈빛으로 결국 티파니의 요청을 수락하게 되고, 그 이후 둘은 댄스연습을 하게된다.

그렇게 둘 사이에는 썸 같지만 썸 아닌 무언가가 흐르고, 결국 티파니는 원하는대로 댄스대회에 팻과 참가하게 된다.

두사람의 예쁘고 귀여운 춤은 호흡의 결과물이었고 티파니의 눈빛에는 팻을 향한 사랑이 흐른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팻의 아내 니키가 그 대회에 오게 되면서, 팻을 가질 수 없을 거란 걸 직감한 티파니는 눈물을 머금고 돌아서게 되는데…

짧지않은 시간 티파니와 춤 연습을 하며 본래의 건강한 마인드를 되찾게 된 팻은, 자신의 달라진(아내에게 집착하지않는) 모습을 보여주며 아내에게 인사를 건네고 다시 재결합의 희망을 보이는 듯 한다.


그러나 드디어 자신을 정상적인 사람으로 대해주는 아내와 함께할 수 있는 희망을 손에 넣고도, 팻의 마음은 어딘가 허전하다.

결국 팻은 자신에게 매정했었던 아내를 포기하고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티파니에게로 가게된다. 자신을 건강하게 만든 것은 그토록 원했던 아내가 아닌 티파니였음을 깨달은 것.

그렇게 두 병맛 커플은 서로의 상처를 극복하고 키스하면서 행복한 엔딩을 맞이한다.

영화는 단순한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참 많은 걸 느끼게 했다.

상처받은 영혼이 주체할 수 없이 비뚤어지고 스스로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때에, 그 추한 순간에도 내 곁에 있어준 사람, 다시 내 모습을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 누구였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사람을 제일 훌륭히 치유할 수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온전한 응원과 사랑이다.

집착할 때에는 접근금지를 시키다가 상대가 '정상적인' 모습을 보이자 되돌아오겠다는 괘씸한 아내가 아닌, 자신의 가장 추하던 모습에서 같이 한발 한발 제자리로 내딛을 수 있도록 해준 티파니를 사랑한 팻의 선택이 너무도 감격스러워서 울 뻔 했다.

실버 라이닝
그건 한줄기 빛이라는 뜻이다.

아내가 외도한 후

정신병원 신세까지 지는 최고의 찌질이 남,

남편을 잃고 동네 남자들 아무나와

염문을 뿌리며 걸레 소리까지 듣는 여자.
세상은 그 둘을 어디까지나 사회와 격리시켜야 할,
분노조절이 불가능한 미친사람들이라고 하지만
그 둘만큼은 서로의 내면을 정확히 들여다본다.
왜 어째서, 저 사람이 저토록 이성을 잃고 덜 떨어진 사람이 된건지 본인들은 서로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그들은 그 속에서도 한가닥 희망을 가지고 있다.

팻은 니키를 되찾겠다는 바보같은 희망,

티파니는 팻과 댄스대회를 나가겠다는 희망.

이 둘은 정신병자 수준의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희망마저 건강하지 않다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

희망은, 언제나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
착하고 진실된 희망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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