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을 보며 얻는 긍정의 기운
채널 엠넷에서 하는 아이돌 프로듀싱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조작이니 뭐니 해도 그 프로그램은 매 시즌마다 엄청난 인기를 끈다. 엄청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거기서 매일 열정을 수혈 받는다. 완벽한 무대를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나보다 열댓 살은 어린 아이들의 그 뜨거운 열정.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나처럼 성취감 또는 대리만족을 얻기 위해 이 프로그램을 보는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성취감과 대리만족이 폭발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이 프로만이 유일하게 결과만큼이나 '과정'에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아는 오디션 프로들 중 가장 과정에 많은 분량과 포커싱을 맞추는 프로다. 화려한 의상과 안무로 꾸며진 완벽한 무대의 뒤에, 엄청난 시행착오가 있음을 보여주는 그 과정.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이 프로그램은, 이렇게 완벽한 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노력에 의한 것임을 강력히 어필한다.
그런 의미로 이 프로그램의 킬링포인트는, 잘할 줄 알았던 어벤져스 팀의 패배요, 바닥을 길 줄 알았던 오합지졸 팀의 반전승리다. 악조건을 딛고 일어나는 상황을 보며 좌절이 아닌 용기를 얻고, 인기만 믿고 안심하다가 된통 당하는 꼴을 보며 겸손함을 배우기도 한다. 하지만 그 두 경우 모두 결국 한 가지 가르침으로 귀결된다. 노력하면 된다는 것. 이 '노력하면 된다'는 프레임을 통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불가능한 꿈에 다가갈 열정을 얻는 게 아닐까. 울고불고 포기하다가 일어서서 연습하고 결국엔 완벽한 무대를 꾸미는 모습을 통해, 나 또한 엄청난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타인의 노력을 엿보는 것만큼이나 자극되는 건 없는 것 같다. 하면 된다는 막연한 한마디 가르침보다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노력하는지 볼 수 있었다면, 사람들은 더 빨리 꿈을 이룰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2019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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