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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사연 있는 악당, 미워할 수 만은 없는 그.


마블영화의 수많은 캐릭터 중 내가 가장 매력을 느끼는 캐릭터는 토르의 형이자 악당인 로키다. 로키는 아주 분명한 악당임에도 불구하고 연민을 품게 하는 스토리를 가졌으니. 그는 어릴 적부터 동생인 토르를 지독히 편애하는 왕족 부모의 밑에서 자랐는데, 알고 보니 자신의 태생이 웬 외계종족인데다 그야말로 다리 밑에서 주워온 사생아였던 것. 아침드라마만큼이나 파격적인 가정사를 안고 태어난 이 로키는 그럭저럭 근사하게 크고 있었지만 성인이 되어 급격히 삐뚤어지고 만다.


하지만 난 다 이해가 갔다. 반듯한 액션히어로들로 넘쳐나는 마블 세상에서는 그 누구도 로키의 상처를 제대로 어루만져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나마 믿고 따르던 어머니마저 죽은 후, 가부장적 아버지에 가까운 아버지는 로키를 패륜아 취급하기에 이른다. 비록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엄연히 동생인 토르는 지구를 지키거나 여친 제인을 지키기 바쁘다. 불우한 가정사와 열등감이 한 개인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토르는 모를 것이다. 토르는 그야말로 노블이고 금수저니까. 이런 주변 인물들과 상황 속에서 로키가 겪었을 감정들은 감히 헤아려볼 수 없을 정도다.


물론 불우한 과거를 가졌다고 해서 현재의 삐뚤어진 언행들이 합리화될 수는 없겠지.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천하의 악당이 되어버린 로키의 그림자에, 계속해서 좌절감 같은 게 묻어나서일까. 마냥 나쁜 놈이라고 미워할 수가 없다. 그 누구라도 로키의 상처를 제대로 보살폈더라면, 가족들 중 누군가가 한 번이라도 토르가 아닌 로키에게 집중을 해줬더라면, 로키는 지금처럼 삐뚤어지지는 않았을 텐데. 한 번씩 그런 생각이 든다.



**글의 내용중 잘못된 부분 정정합니다. 로키가 동생이고 토르가 형입니다. 잘못된 정보를 올려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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