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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Oct 17. 2019

나의 사랑을 축복해줘서 고마워

자신의 이별에도 나의 결혼을 축하해줬던 한 지인에게 -


신랑의 오랜 친구이자, 이제는 나의 친구이기도 한 동갑내기 친구 하나가 내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기로 오래전부터 약속되어 있었다. 그 약속을 받았던 때에 그의 곁에는 젊고 예쁜 여자친구가 있었고, 난 너무나도 당연히 나의 결혼식에서 그 둘의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상상했었다.     


그런데 결혼식을 올리기 얼마 전 그 친구가 있던 술자리에서,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걸 알게 됐고 나는 참 이상한 허탈감을 느꼈다. 두 사람이 나의 신부대기실에 와서 함께 웃으며 나를 축하해주는 내 멋대로의 상상이 깨져서였을까. 무튼 허탈감에 사로잡힌 나는 헤어진 그 이유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더욱 서글펐다. 서로 좋아하지만, 결혼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랐다는 것.      


마음이 식지도 않았는데 생이별하는 것은 그 얼마나 슬픈 일일까. 그것도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의 결혼을 이유로 말이다. 웃고 있지만 동시에 웃고 있지 않은 그 친구를 보면서 마음 한편이 울적해졌다. 지난한 연애사들을 경험한 나 역시 이별의 아픔에 대해서라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므로.     


어쨌거나 나는 기적처럼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지만, 과연 방금 이별을 맞이한 자에게 결혼식 축가를 부탁하는 게 옳은 것인가에 대한 회의감이 밀려왔다. 결혼관이 달라 이별을 겪은 사람에게 남의 결혼을 축하해달라는 일이 이기심이 아닐까 싶어서. 그 친구는 지옥을 맛보는 중인지도 모르는데, 거기다대고 내 축복을 빌어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     


하지만 그것과 이것은 별개라는 듯, 쿨하게 우리의 축가를 여전히 맡아주겠다는 그에게, 내색은 못했지만 한없이 큰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꼈다. 넌 참 많이 어른스럽구나. 진심으로 빌어주는 너의 축하에 난 참 많이 고마웠어. 너처럼 좋은 친구를 둔 내 신랑은 정말 행복한 사람일 거야.






2019 연애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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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wood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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