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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인류애

작은 배려가 세상의 밝은 빛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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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하는데 내 앞에 가던 어떤 남자가, 먼저 밀고 나간 문을 슬쩍 붙잡고 기다려 주었다. 뒤따라 나오는 사람에 대한 작은 배려였다.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굳이 해 줄 의무는 없는 종류의 일. 건물의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은 하루에도 몇 번씩 있는 아주 사소하고도 반복적인 일상이지만, 가끔씩 이런 배려를 받으면 참 마음이 훈훈해지곤 한다. 뒤따라오는 내가 특별히 예뻐서도 아니고, 그런다고 누가 상을 주어서도 아니다. 그런 사람들은 그저, 일상에서 베푸는 조그마한 배려가 타인의 삶까지 풍요롭게 할 수 있다는 걸 잘 아는 것이다. 말하자면 작은 인류애를 가진 사람이랄까.


뒷사람이 화장실을 쓸 때 청결한 기분을 느낄 수 있도록, 한 번 더 자신이 쓰고 난 자리를 뒤돌아보고 정리하는 사람들. 음식을 먹은 후 종업원이 조금 더 쉽게 치울 수 있도록 약간의 정리를 하고 가는 사람들.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가 먼저 건널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려주는 운전자들. 그리고 오늘처럼 문을 열고 나가면서 뒤따라오는 사람을 위해 문을 잠시 붙들고 기다려주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은 배려를 좋게 기억했다가 타인에게 돌려줄 줄 아는 사람,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어도 이런 배려를 베풂으로서 자신의 삶도 타인의 삶도 조금이나마 풍요롭기를 바라는 선한 사람들이다.




곳곳에, 이런 선한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세상은 이런 사람들이 존재함으로써 조금씩 밝은 빛을 띤다. 이왕이면 나도 이런 작은 인류애를 겸비한 사람이 되어야지. 우주를 구하진 못하더라도 소량의 선한 에너지를 뿜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건, 꽤 기분 좋은 일이니까.





2020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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