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며 책 읽는 곳이 있다니요 !
책바 (chaeg bar)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4 (연희동)
OPEN 19:00 - CLOSE 01:30
금,토 CLOSE 03:00 │ 일,월 휴무
* 코로나 기간 영업은 상이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 바랍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방송된 것을 보고 알게 된 이색적인 바(bar)가 있다. 바로,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연희동의 <책 바:chaeg bar>다. 독특한 컨셉의 바(bar)였기 때문에 가보고는 싶었으나, 한편으론 "술을 마시고 헬렐레 된 상태로 책이 읽히려나?"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나에게 책이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몸을 각성시키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매개였기에.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생과 이 곳을 찾게 됐다. 저녁 6시,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았던 <책 바>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조용한 분위기, 낮고 감미롭게 깔리는 음악, 어둡지만 왠지 모르게 생기 있는 조명. <책 바>의 공간이 내뿜는 색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나, 벌써 반한 거니?
이곳은 독특한 컨셉인 만큼 나름의 사용법이 있기에,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 조용한 곳인 거 알고 오셨나요?" , "(흠칫)네.." 우리가 들어오며 본의 아니게 큰 소리를 낸 건 아니었기를.
사장님의 안내대로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메뉴판에 적힌 술은, 이 곳이 책 읽는 바(bar)인 만큼 모두 책과 연관이 깊다. 책 속에 등장하는 위스키, 주인장이 책을 읽고 느낀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칵테일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판을 장식한 다채로운 술의 존재에 넋을 잃어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데만 15분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술의 도수에 따라 나뉘어있기도 한 데다, 그 술의 맛이 어떤지 상세히 캡션이 적혀있기에, 저마다 주량과 기호가 다를 사람들의 취향을 모두 담을 수 있을 만큼 메뉴의 구성은 배려심이 넘친다. 메뉴 중 '별책부록'은 음주 독서에 어울리는 특별한 안주들이다. 대부분 헤비하지 않은 안주들과 핑거 스낵으로 이루어져 있어, 감미로운 칵테일과 조용한 독서에 어우러지기에 딱이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공간이니만큼 이 곳을 채우는 감성에 책도 빠질 수 없다. 메뉴판을 수놓았으며 술의 이름이 된 많은 책들이 바(bar) 한편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원하는 책을 언제든 자리로 가져와 읽을 수 있다. 칵테일을 마시면서 그 이름과 동일한 책을 읽는 경험이라.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짜릿한 독서이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내가 주문한 술의 이름과 동일한 책은, 이미 다른 이가 읽고 있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대신 메뉴판에서 본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집인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었다. 언젠가 다시 이 곳을 찾아 같은 이름의 술과 책을 동시에 맛보는 체험을 꼭 해보리라.
<책 바>는 여러모로 주인장인 젊은 사장님의 감성이 가득 담긴 곳이었다. 그가 읽은 책들, 그가 선곡한 음악들, 그가 만든 칵테일, 이 모든 특별한 것들은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공간이 주는 아늑하고도 신선한 에너지 덕분일지 손에 쥔 책은 단 한 번의 막힘 없이 술술 읽혔다. 공간의 힘이란 바로 이런 걸까.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감동과 충격으로 마음을 물들이는 것. 그래서 다시 일상을 살아갈 활력을 얻는 것.
세상엔 워낙 멋진 곳들이 넘치니 한 번 들렀던 장소에 다시 방문하는 일은 웬만큼 없지만, 이 곳은 정말이지 다시금, 아니 여러 번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그 술과 그 책과 그 음악의 합은 오로지 이 곳 <책 바>에서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다시 들를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은 벌써 이곳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신 것처럼 살랑살랑 바람이 인다.
주인장은 인스타그램에 이 곳의 설명을 이렇게 썼다.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바 & 심야서점'.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이 특별한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았으면 싶다.
TMI : 주인장의 유튜브 '책바'채널에 들어가면 주인장의 감성으로 선곡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거! 완전히 그 공간의 느낌을 흉내 낼 순 없겠지만, 그곳을 물들이는 주인장의 플레이리스트는 돈 주고도 사기 힘들 만큼 훌륭하더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해당 포스트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의 45호 포스트의 일부입니다. <주간우두미>는 인스타그램 @woodumi 계정 또는 해시태그 #주간우두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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