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수운 작가 우듬지 Mar 01. 2021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연희동 <책 바>

술 마시며 책 읽는 곳이 있다니요 !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 45호
책바 (chaeg bar)
서울 서대문구 연희맛로 24 (연희동)
OPEN 19:00 - CLOSE 01:30
금,토 CLOSE 03:00 │ 일,월 휴무

* 코로나 기간 영업은 상이할 수 있으니, 방문 전 확인 바랍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방송된 것을 보고 알게 된 이색적인 바(bar)가 있다. 바로, 술을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 연희동의 <책 바:chaeg bar>다. 독특한 컨셉의 바(bar)였기 때문에 가보고는 싶었으나, 한편으론 "술을 마시고 헬렐레 된 상태로 책이 읽히려나?" 하는 의문이 들었었다. 나에게 책이란 집중력을 발휘해야 하므로 몸을 각성시키는 커피와 잘 어울리는 매개였기에.


그러던 어느 날 친한 동생과 이 곳을 찾게 됐다. 저녁 6시, 아직 손님이 많지 않았던 <책 바>의 문을 조심스레 열고 들어갔다. 조용한 분위기, 낮고 감미롭게 깔리는 음악, 어둡지만 왠지 모르게 생기 있는 조명. <책 바>의 공간이 내뿜는 색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나, 벌써 반한 거니?


이곳은 독특한 컨셉인 만큼 나름의 사용법이 있기에, 처음 방문하는 손님에게는 주인장의 친절한 설명이 이어진다. "여기 조용한 곳인 거 알고 오셨나요?" , "(흠칫)네.." 우리가 들어오며 본의 아니게 큰 소리를 낸 건 아니었기를. 


사장님의 안내대로 자리를 잡고 메뉴판을 건네받았다. 메뉴판에 적힌 술은, 이 곳이 책 읽는 바(bar)인 만큼 모두 책과 연관이 깊다. 책 속에 등장하는 위스키, 주인장이 책을 읽고 느낀 감성을 토대로 만들어진 칵테일로 구성되어 있다. 메뉴판을 장식한 다채로운 술의 존재에 넋을 잃어 무엇을 마실지 고민하는데만 15분이 넘게 걸릴 정도였다.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 45호


술의 도수에 따라 나뉘어있기도 한 데다, 그 술의 맛이 어떤지 상세히 캡션이 적혀있기에, 저마다 주량과 기호가 다를 사람들의 취향을 모두 담을 수 있을 만큼 메뉴의 구성은 배려심이 넘친다. 메뉴 중 '별책부록'은 음주 독서에 어울리는 특별한 안주들이다. 대부분 헤비하지 않은 안주들과 핑거 스낵으로 이루어져 있어, 감미로운 칵테일과 조용한 독서에 어우러지기에 딱이다.



술을 마시며 책을 읽는 공간이니만큼 이 곳을 채우는 감성에 책도 빠질 수 없다. 메뉴판을 수놓았으며 술의 이름이 된 많은 책들이 바(bar) 한편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다. 원하는 책을 언제든 자리로 가져와 읽을 수 있다. 칵테일을 마시면서 그 이름과 동일한 책을 읽는 경험이라. 어디서도 해볼 수 없는 짜릿한 독서이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내가 주문한 술의 이름과 동일한 책은, 이미 다른 이가 읽고 있는지 찾을 수 없었지만.. 대신 메뉴판에서 본 박상영 작가의 연작소설집인 <대도시의 사랑법>을 읽었다. 언젠가 다시 이 곳을 찾아 같은 이름의 술과 책을 동시에 맛보는 체험을 꼭 해보리라.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 45호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 45호


<책 바>는 여러모로 주인장인 젊은 사장님의 감성이 가득 담긴 곳이었다. 그가 읽은 책들, 그가 선곡한 음악들, 그가 만든 칵테일, 이 모든 특별한 것들은 방문하는 사람들이라면 모두가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더불어 공간이 주는 아늑하고도 신선한 에너지 덕분일지 손에 쥔 책은 단 한 번의 막힘 없이 술술 읽혔다. 공간의 힘이란 바로 이런 걸까.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감동과 충격으로 마음을 물들이는 것. 그래서 다시 일상을 살아갈 활력을 얻는 것. 


세상엔 워낙 멋진 곳들이 넘치니 한 번 들렀던 장소에 다시 방문하는 일은 웬만큼 없지만, 이 곳은 정말이지 다시금, 아니 여러 번 다시 가게 될 것 같다. 그 술과 그 책과 그 음악의 합은 오로지 이 곳 <책 바>에서만 느낄 수 있을 테니까. 다시 들를 생각을 하면 내 마음은 벌써 이곳에서 칵테일 한 잔을 마신 것처럼 살랑살랑 바람이 인다.


주인장은 인스타그램에 이 곳의 설명을 이렇게 썼다.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바 & 심야서점'. 책과 술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이 특별한 공간을 많은 사람들이 느껴보았으면 싶다.



TMI : 주인장의 유튜브 '책바'채널에 들어가면 주인장의 감성으로 선곡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거! 완전히 그 공간의 느낌을 흉내 낼 순 없겠지만, 그곳을 물들이는 주인장의 플레이리스트는 돈 주고도 사기 힘들 만큼 훌륭하더라고 감히 추천해본다.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 45호



해당 포스트는 인스타그램 매거진 <주간우두미>의 45호 포스트의 일부입니다. <주간우두미>는 인스타그램 @woodumi 계정 또는 해시태그 #주간우두미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2021 먹고 여행하라

ⓒ글쓰는우두미 All rights reserved.

인스타그램 @woodumi

작가의 이전글 내 첫사랑,  교회 오빠 아니고 교회 남자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