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훌륭해지는 동네빵집을 찾아서
위 베이커리 (OUI Bakery)
경기 성남시 분당구 운중로 166번길 4-2 (서판교, 운중동)
OPEN 10:00 – CLOSE 20:00 │ 매월 둘째, 넷째 일요일 휴무
(*만든 빵이 전부 판매되면 일찍 닫을 수 있습니다)
종종 만나서 빵지순례를 함께하는 동네 동생이 있다. 그녀는 언제나 고퀄리티의 서치 능력으로 나를 안내하곤 하는데, 멀지 않은 동네에 작고 귀여운 베이커리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을버스를 타고 성남 서판교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주택단지 부근에 위치한 미니멀하고 귀여운 베이커리였다. 이 곳의 이름 <OUI>를 두고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몰라 동생과 설왕설래했던 것이 생각난다. 아우이? 아오우이? 우이? 한참을 씨름했는데 알고 보니 ‘위’라고 읽는 것이었다. ‘위(oui)’는 프랑스어로 ‘yes’라는 긍정의 뜻이다.
이 귀여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이트와 우드톤이 적절히 믹스된 모던하고도 아늑한 인테리어가 펼쳐졌다. 위 베이커리는 작업대와 오븐이 훤히 보이는 오픈 키친 형태로 되어있었다. 덕분에 청결하다는 신뢰감과 함께, 매장이 크지 않음에도 탁 트인 느낌을 주었다. 오, 분위기 일단 내 취항 저격! 빵도 맛있으면 좋겠다.
널찍한 직사각형의 매대 위에는 빵들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었다. 크루아상, 스콘, 퀸아망, 구움과자들이 아기자기하게 자신의 자리에 옹기종기 누워있는 걸 보니 몹시 귀여웠다. 동생과 나는 밤 모양의 구움과자, 라즈베리 카라멜 스콘, 크루아상, 쌀 페스츄리 식빵을 골랐다. 물론 공복이라면 더 먹을 수 있었을 테지만, 점심을 먹고 온 터라 자중해야 했으므로 아쉽게도 네 개밖에 고르지 못했다.
우선 가장 먼저 집어 들었던 밤 모양의 앙증맞은 구움과자, ‘생긴 건 밤, 안에 팥’을 톡 갈라서 맛보았다. 익살스러운 이름 그대로 생긴 건 밤인데, 안에는 국내산 100%의 팥 앙금이 송송 들어있다. 사실 나는 붕어빵에 든 팥도 싫어할 만큼 팥과 친하지 않지만, 구움과자 속의 팥은 왠지 모르게 거부감 없이 맛있었다. ‘라즈베리 카라멜 스콘’은 크랜베리 스콘 베이스에 프랑스산 라즈베리 퓨레로 만든 카라멜 소스를 올려 만들어졌다 보기에도 예쁜 이 스콘은, 퍽퍽할 수 있는 스콘의 식감에 라즈베리 퓨레가 얹어져 있어 촉촉하고 달콤했다. 맛있는 스콘이 많은 이 곳에는 라즈베리 카라멜 스콘 외에도, 말돈 소금 스콘, 솔티드 카라멜 스콘, 베이컨 대파 스콘 등이 있다.
하지만 위 베이커리의 시그니처는 크루아상이다. 이 곳의 크루아상은 모두 프랑스 밀가루와 프랑스 버터를 사용해 만든다고. 만들기 까다롭다는 크루아상은 이 곳에서 섬세한 반죽과 접기 과정, 성형과 발효를 거쳐 적당한 온도에서 알맞게 구워진다. 손도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리지만 위 베이커리는 크루아상이 위 베이커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에 필수라고 말한다. 변하지 않는 맛을 지키기 위해 재료나 시간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위 베이커리의 소신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현란한 맛의 빵들 속에서 크루아상이 시그니처라는 건 무엇을 뜻할까. 기억을 더듬어보면, 빵에 소시지나 치즈가 꼭 들어가야 했던 어린 내 입맛을 싹 고쳐준 건, 내 첫 해외여행지였던 파리에서 맛 본 바게트와 크루아상이었다. 소시지도 치즈도 없이 그저 섬세한 반죽으로만 만들어진 그 맛이 얼마나 풍성할 수 있는지를 처음 알았다. 그러니 다른 예쁘고 화려한 맛의 빵들을 제치고 크루아상을 시그니처로 내민다는 건, 재료와 실력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위 베이커리의 자부심이기도 할 것이다.
자부심이 느껴지는 만큼, 단연 위 베이커리의 크루아상은 훌륭했다. 버터맛은 충분히 느껴지면서도 느끼하지 않게 만들겠다는 위 베이커리의 섬세함이 느껴진다. 아,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크루아상에 커피 한 잔이면 훌륭한 아침식사를 할 수 있는 파리지앵의 정서를, 이제는 한국에서도 느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분당의 여러 곳에 맛있는 빵집들이 하나씩 분포해 있기는 하지만, 유독 이 위 베이커리가 마음에 들었던 건, 아마 동네의 정서도 한몫 거들었던 듯하다. 서판교로 불리는 이 운중동의 주택단지는 한가하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깊게 깔려있다. 그 정서와 조화롭게 맞물리는 분위기 덕에, 이 곳이 더 우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최근 위 베이커리는 쿠팡이츠 배달도 가능해졌다고 한다. 부득이하게 방문할 수 없을 때에는 배달이 정말 편리한 도구이지만, 그래도 이왕이면 직접 들러 서판교 주택단지의 고즈넉한 분위기와 함께 우아한 빵지순례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을 추천한다. 통유리로 된 창에 앉아 햇살을 맞으며 커피 한 잔 그리고 완벽한 크루아상을 먹노라면, 정말 이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Oui? (맞아?) Oui! (응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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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먹고 여행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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