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게으른 줄 알았어
난 여자로 태어나 미용이라는 즐거움을 열심히 수행하며 살아온 사람이지만, 매일 긴 머리를 감고 말리며 화장까지 해야 '예뻐'보이는 일상이 가끔 귀찮고 억울할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여자에 비해 준비 시간이 아주 아주 짧은 남자들이 부럽곤 하다.
그들은 1분 만에 머리를 감고, 5분이면 머리를 말리고, 화장 따윈 하지 않으니 대략 여자보다 아침에 30분은 더 잘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문득 도서관에서 산적처럼 자라난 수염을 달고 온 한 남학생을 보고 깨달았다. 내가 남자에 대해 아주 큰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아. 그들에게는 수염이 있었던 거다. 그들은, 매일 아침 그 수염을 깎으며 살아가는 것이었다.
그간 나와 일상적으로 부딪쳐 온 대부분의 남자들이 수염이 없는 매끈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그들이 이른 아침 매일 인중과 턱에 면도기를 대고 면도를 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물론 머리를 말리고 화장을 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지만, 구랫나루 아래부터 목, 턱까지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자라나는 그 굵은 털들을 면도하는 남자들도 참 대단하고 부지런한 존재들이 아닌가. 그걸 미쳐 모르고 여태 남자들을 오해했다니.
산적이 되지 않기 위해 이른 아침 하루도 빠짐없이 면도를 하는 남자들! 뒤늦게나마 경의를 표한다. 정말 부지런합니다!
2017 일상의짧은글
copyrightⓒ글쓰는우두미
(클릭 시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BLOG. blog.naver.com/deumji
INSTAGRAM ID. @woodu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