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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제 요기니(Yogini)

누군가는 평생에 걸쳐 좋아하는 운동을 찾는다

[00표지(1)].jpg 인스타그램 연재글 @woodumi




모종의 성취감과 재미까지 느끼는 요즘이다


운동. 그것은 평생 나에게 가장 고난도의 챌린지이자 성역이었다. 제법 끈기기 있는 타입임에도 불구하고 운동에서만큼은 의지가 바닥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운동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 어떤 운동은 혼자 하기 외로워서, 또 어떤 운동은 여러 사람과 어울려야 하는 게 싫어서 탈락 후보에 올랐다. 작년에는 호기롭게 러닝에 도전해보고자 했으나, 사시사철 까다로운 날씨부터 시작해서 집 근처에 달릴만한 마땅한 길이 없는 것까지 (집 앞에 호수공원 있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결국 포기하게 되었다. 이런 의지박약을 보았나...,


그러던 중 작년 연말, 남편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동네 헬스장을 끊어줄 테니 거기라도 다녀보라고 했다. 마음을 먹으면 실행력은 빠른 성미라 곧장 헬스장에 상담을 받으러 갔다. 그리고 곧 거기서 영업을 당했다. 헬스장이니 헬스만 해도 되지만, 웃돈을 조금 더 얹으면 헬스장 안에 있는 GX룸에서 평일에 진행되는 요가 수업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거였다.


나는 언제나 음식을 주문할 때도 “천 원만 더 내시면 사이즈를 업(UP) 해 드리거나 음료를 공짜로 드려요”라는 말에 기꺼이 OK를 외치는 사람. 안 그래도 저렴하게 느껴졌던 동네 헬스장 비용에 돈을 조금만 더 보태면 매일매일 요가를 즐길 수 있다니, 이런 좋은 기회가 어딨겠나 싶어 곧바로 웃돈을 얹었다.


게다가 이런 영업도 당한다. 고갱님, 한 달보다 세 달이 싸고, 세 달보다 반년이 싸고, 반년보다 일 년이 싸므로 당연히 일 년 치가 이득이세요..... 말해 뭐하랴. 기꺼이 일 년 치를 등록했다. 알고 있다, 일 년은 무지 긴 세월이라는 거. 변심을 해도 스무 번은 더 할 기간이건만, 그래도 믿어주고 싶었다, 나를. 번번이 운동 작심삼일의 역사를 써왔지만 이번엔 달라 정말 열심히 해볼 거야, 하는 눈물겨운 주문이, 그렇게 결제되었다.


사진출처 ⓒ핀터레스트


그렇게 작년 말부터 다니기 시작한 헬스장. 웬일인지 이번엔 제법 오래가는 편이다. 단점을 꼽자면, 헬스장 이용은 거의 안 하고 요가 수업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 있지만, 운동 의지박약러에겐 뭐가 됐든 하나라도 가늘게 붙잡고 있다는 게 칭찬해줄 만한 일이 아닐까. 등록한 지 3개월 차가 되는 요즘, 나는 요가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듣고 있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내가 기특하다.


놀라운 건 나의 의지박약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각목보다 뻣뻣했던 내 몸뚱이도 유연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요즘의 나는 ‘하면 된다’의 힘을 몸소 체험 중에 있다.


첫 요가 수업의 나를 기억한다. 요가 수련의 거의 가장 기본 동작인 ‘다운 독*’조차 나는 다리 근육이 심하게 당겨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 그러던 나는 90일가량이 지난 지금 다운 독 정도는 너무나도 가볍게 하는 데다, 전혀 되지 않던 다른 동작들도 시간이 지나며 하나하나 되어가고 있으니. 타고나길 뻣뻣한 몸이란 역시 없는 것일까. 점점 늘어나는 내 근육을 느끼며 모종의 성취감과 재미까지 느끼는 요즘이다.


다운 독 : 어깨의 뭉침을 풀어주고 종아리를 당겨주는 전신 요가 동작으로 기지개를 켜는 강아지와 비슷한 자세라 하여 다운 독이라 한다.


3개월 차가 되어가고 있다 보니, 요가룸에는 그 사이 등록기간이 끝나서 더는 오지 않는 수강생도, 새로이 등록한 수강생도 생겨나고 있다. 나는 또 여기서 전에 맛본 적 없는 새로운 놀라움을 체득 중이다. 바로, 인원이 물갈이가 될 때마다 그 클래스에서 갱신되는 나의 실력. 처음엔 분명 회원들 중 가장 꼴찌로 시작한 나였는데, 이제 나는 세 번째 정도쯤으로 잘 따라 하고, 또 매우 열정 넘치고 적극적인 회원이 되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따라 하고 열심히 노력한다. 그 결과, 이제는 백브릿지, 삼각자세, 쟁기자세 등등이 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스스로가 신기할 따름이다.




요가가 좋은 이유는, 빠름을 추구하지 않는 데에 있다



누군가가 평생에 걸쳐 하고싶은 일을 찾듯, 또 누군가는 평생에 걸쳐 취미를 탐험하듯, 나는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그나마 정을 붙일 수 있는 운동 하나를 찾은 것 같다. 요가.


요가가 좋은 이유는, 빠름을 추구하지 않는 데에 있다. 왜인지 템포가 빠르고 역동적인 운동에는 섣불리 애정을 가질 수 없었던 나는, 인생의 2분기를 지나서야 나에게 적합한 운동이 요가라는 걸 알았다. 집중력과 호흡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마음이 정돈되는 기분이 든다. 이 작은 발견이 일상을 얼마나 잔잔한 기쁨으로 물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호흡하고, 정렬하고, 근육이 늘어남을 지그시 참고 기다리는 운동. 우아해 보이지만, 그 안에 조용한 강단과 땀을 흠뻑 쏟을 만큼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요가. 작심삼일도, 작심삼개월도 지났으니, 이제는 작심삼년에 도전해보는 바다. 어렵게 찾아 내 일상에 들인 이 운동이, 습관이 되어 내 삶에 오래 머무르기를 빈다.







글쓰는 우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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