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끝으로 느껴지는 이상한 냄새, 코로나 후유증과 롱-코비드에 대하여
나 요즘 어디서 자꾸 담배냄새가 나
어디선가 요즘 담배냄새가 나는 것 같다. 밖에서 들어오는 걸까, 아님 윗집이나 아랫집에서 누가 실내 흡연이라도 하는 걸까. 하루 이틀, 아니 한 주. 어디선가 담배를 태우는 냄새가 나긴 하는데 도저히 냄새가 들어올 구멍이 집안에 없는 것만 같아서, 이내 정신적인 문제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디선가 맡았던 냄새를 내가 머릿속에서 지어내는 거라고.
티브이를 보다가 문득 남편에게 물었다.
“환각이나 환청이라는 게 있잖아. 그럼 환후...라는 것도 있을까? 가짜로 냄새가 맡아지는 거. 나 요즘 어디서 자꾸 담배냄새가 나”
그랬더니 남편이 그게 코로나 후유증이라고 말해주었다. 맙소사. 두 가지 생각이 스쳤다. 하나는 다행히도 정신적인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코로나 후유증 중에 이런 하찮고 웃긴 증상도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코로나에 걸렸다 나았지만 그간 후유증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나으면 더 이상 안 아프니 그뿐, 그 뒤에 대해서는 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나마 가지고 있는 후유증이라곤 잔기침과 목에 자꾸 끈적끈적 남아있는 가래뿐이었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나처럼 코끝으로 자꾸 가짜 냄새가 느껴지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는 거였다. 나처럼 담배냄새를 느끼는 사람도 있었고, 타는 냄새, 고기 굽는 냄새, 기름 냄새 등등 느끼는 냄새는 달라도 가짜로 냄새가 맡아지는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코로나로 인한 일종의 후각장애라고 했다.
결국 내 몸의 생체리듬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는지
물론 코로나 후유증에는 이렇게 귀여운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숨이 가쁘고 호흡이 힘들어지는 후유증을 겪는 사람들이 연일 뉴스를 달구고 있다. 또 누군가는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나 근육통을 겪기도 하고, 심장이 뛰거나 어지럽다는 사람, 평소보다 피로도가 심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대개는 경미하게 앓다가 사라지지만, 만약 이런 모든 증상들이 일상을 어지럽힐 정도라면 다시 병원을 찾아야 할 수준의 코로나 후유증, 즉 롱-코비드(Long COVID)로 봐야 한다고.
다행히 나는 롱 코비드까지는 아니지만 돌이켜보니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남편은 코로나를 겪고 한동안 계속 설사를 했는데, 검색해보니 설사도 후유증의 일부였을 수 있다고 한다. 뿐만인가, 평생 생리주기가 일정했던 나는 처음으로 2주나 생리가 앞 당지겨기도 했다. 끼워 맞추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어쨌든 이 모든 ‘평소와 다른’ 징후들이 결국 내 몸의 생체리듬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닐는지. 모르긴 몰라도 한 시대를 휩쓴 희대의 바이러스가 맞긴 맞나 보다.
그러나 한편으론 여전히 ‘슈퍼 면역’을 자랑하는 사람들도 주변에 있다. 코로나로 거의 2주 가까이 운동을 쉬었다가 요가를 하러 갔는데, 매일 보는 옆자리의 아주머니와 요가 선생님에게는 아직 바이러스가 가닿지 않은 모양이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었다고 하니 되려 놀라는 눈치였다. 나는 나도 걸렸으니 이제 이 세상 모든 사람이 걸렸다고 여겼는데 말이다.
“어땠어요? 아팠어요?”라고 묻는 요가 선생님과 다른 회원님의 말에, 나는 전리품을 늘어놓듯 나의 코로나 경험담을 말한다. 목이 너무 아팠고, 열도 났으며, 이제는 코끝에서 담배냄새가 난다고 말해주었다. 그들의 눈이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반짝인다. 흡사 예비산모가 출산 경험자에게 듣는 산고의 경험이 이럴까. 이런 것도 경험이랍시고 우쭐대는 내 모습은 또 왜 그리 웃기던지.
우리가 한 시대를 통과했다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저러나 오랜만에 하는 요가 수업은 너무나 개운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격리를 하며 가장 힘들었던 건 그나마 하루 중 유일하게 움직이는 시간이었던 요가 수업을 받지 못한 거였다. 늘 힘주어 말하지만 내가 자발적으로 가지 않는 것과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존재하는 법. 몸이 찌뿌둥해 죽는 줄 알았다. 선생님의 수업에 따라 햄스트링을 늘리고 코어에 힘을 주면서 오랜만에 근육 마디마디 행복을 느꼈다. 역시 집에만 있는 건 괴로운 일이구나,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우리가 한 시대를 통과했다는 기분이 든다. 그 옛날 역사책 속의 사람들이 흑사병을 겪고 스페인 독감을 겪어낸 것처럼, 21세기의 우리도 역사의 한 획을 그을 어떤 시대를 통과한 게 아닐까. 역사책의 한 줄을 담당할 그 굵직한 사건을 우리는 매일매일 피부로 체감했고, 스스로가 그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훗날 코로나를 전혀 모를 내 아이에게 이 일들을 얼마나 생생하게 표현해줄 수 있을는지. “코로나? 예전에 엄마가 말이야...” 하며 군필자들의 무용담만큼이나 흔하고도 진부한 레퍼토리가 될지도 모르겠다.
아직도 내 코끝에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담배냄새가 스치지만, 이제 정말로 그 장황한 대서사시가 끝을 보여간다. 나는 당장 마스크를 벗어제끼고 형형색색 립스틱 색깔을 뽐낼 그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녕 코로나야, 만나서 더러웠고 다시는 만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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