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도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Maintenance. 유지보수. 토익 공부를 하면서 꽤 자주 접하는 단어다. 딱딱한 단어지만 난 왠지 이 단어가 좋다. 어쩌면 인생은, 유지보수의 연속일지도 모르겠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일보다 더 어려운 것이, 있는 것을 지키는 일일 때가 많으니까.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룬 것,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지키는 데에 많은 에너지를 쓰며 살아간다. 그건 집이나 회사 자동차 같은 물질적인 것일 수도 있고, 가족 친구 연인과 같은 비물질적인 것일 수도, 식습관이나 체중 같은 것일 수도 있다.
여하튼 간에,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을 지키는 일, 그러니까 이 '유지보수'라는 것은 그 말이 주는 심드렁하고 딱딱한 어감에 비해 실은 굉장히 크고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무엇을 유지하고 있을까.
스물여덟 살의 건강한 성인 여성인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나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그리 가깝진 않아도 지켜야 마땅한 나의 고마운 지인들, 나의 영어성적, 스무 살 이후로 쭉 유지 중인 날씬한 몸매, 성공에 대한 목표의식
정도?
가족과도 의도적인 노력을 통해 애정을 보여야 더욱 끈끈한 가족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피를 나눈 가족이 그러할진대 친구는 오죽할까. 아무리 나를 아낌없이 사랑해주는 오래된 친구라도, 연락하고 배려하면서 그 관계를 오래 유지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고마운 지인들도 마찬가지다. 연락이 뜸하면 소원해지고 마니까. 주기적으로 내가 그들을 궁금해하고 있으며 오래도록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사표현을 해주어야 한다.
영어성적은 한 번 올려놓았다고 방심해서는 안되며 끊임없이 배운 것들을 까먹지 않게 복습해야 할 것이고, 몸무게와 뱃살 같은 것은 정말로 치밀하고 조직적인 유지보수가 필요하다. 방심하면 살찌기 십상이니까.
또한 지치고 재미없는 일상에 치여 내가 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까먹는 경우, 나의 목표의식은 금방 희석된다. 꿈이 있는 자들이라면,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들이라면, 역시나 끊임없이 자각하고 뒤돌아보는 유지보수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새로운 것들을 쟁취하는 것만큼이나 나는 내가 이미 가진 것들을 유지하는데 나는 상당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살고 있다. 끊임없이 에너지를 소모해서라도 지켜내야 하는 유의미한 것들이라는 얘기겠지.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보며 탄식하는 것만큼이나 슬픈 일은 없을 거다. 내가 노력했더라면 유지할 수 있었는데, 내가 방심하지 않았으면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하는 후회의 마음이야말로 가장 비극적이다.
그런 이유에서 유지보수의 길은 눈에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우아한 백조의 발길질처럼이나 사실은 매우 고되고 힘든 일인 것 같다. 조용하고 묵직하게 행하고 있는 일상의 단련 같은 것이기에 겉으로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인생에 있어 정말 중요한 일임은 분명하다. 더 나은 내가 되는 것 이전에, 현재의 나보다 후퇴하지 않겠다는 그 마음. 이것 또한 나를 사랑하는 일의 한 방식이니까.
물론 토익에서는 자동차 회사가 보유기술을 유지보수한다던지, 공장의 설비를 유지보수한다던지 하는 재미없는 이야기로만 '유지보수'라는 단어를 사용할 뿐이다. 하지만 그 목적어가 무엇이 됐든, 무언가를 유지하고 지키려는 일련의 행동을 '유지보수'라 칭할 수 있다면, 나는 그 단어를 내 인생 내 삶에 적용해서 많이 쓰고 싶다.
늘, 언제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 유지보수가 필요하니까.
2017 일상의짧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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