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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된 시

나비가 숨은 어린나무 / 문학과지성사 / 김용택

뭐라도 써야할 것 같아서. 우리집에서 가장 얇은 책을 골랐다. 김용택 시인의 시집.


언어라는 굴레, 시는 그걸 탈출하기 위한 노력이다.


말은 태어나고, 마음은 시가 된다.


시인의 언어는 주문같다.

곱씹고 마음 다해 읽어야한다. 그러면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시가 읽힌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시가 읽힌다는 건 눈물이 난다는 거다.


시를 쓴다는 건 나비가 되기 위한 탈피다.


마음에 들어서 두 번 읽은 시

시집 p. 55

아슬아슬 가을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따라가다가
길이 끊겨서 돌아왔습니다
가을 나비들이 한쪽 날개를 헐어 균형을 잡아갑니다
날개를 펼 때 바람을 이용하지 않은 나비들은
날개를 다 버릴 소실점이 어디인지 알고 있답니다
마른 풀들의 휘어진 고단한 등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내 손이 내 손을 더듬어 잡았습니다
구름들이 몸을 다 말린 후
산을 넘어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대가 그만큼에 서 있거나 내게 오지 않아도
식지 않을 간격만큼 단풍 물은 옮아갑니다
나뭇잎을 주워 뒤집어보았습니다
가을에는 이별해도 소용없습니다
그쪽 강가에는 지금 혹시
울고 있는 사람들이 있나요


그쪽 강가가 마치 나를 부르는 것 같았다.


시는 기적이다.

가을이 되고, 겨울이 된다.


시는 계절이 된다.


그의 시에는 마침표가 없다.

그게 나비가 되기 위한 도약처럼 읽혔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2vKXjS8cNMY&si=8plhD1KMjlp1seCh

우즈 노래를 들으며 같이 읽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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