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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3. 2023
영양사 며느리의 맛있는 레시피 90
90. 인어공주 미역국
인어공주 미역국
재료(4인분)
마른미역 20g
황태포 50g, 간마늘 2T
들기름 2T, 국간장 2T, 물 1L
꿀팁
Tip 1. 황태포를 넣어 구수한 맛을 낸다.
Tip 2. 간마늘과 황태를 미리 볶아 비린내를 날린다.
Tip 3. 국간장 2T로 짜지 않게 간한다.
누가 공주인가?
"공주님! 제가 생일 미역국 끓여드릴게요." 얼마전 제 생일에 남편이 미역국을 끓여 주겠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냄비가 어딨지? 들기름은 어딨어? 하나부터 열가지 멀리서 지켜만 봐도 불안불안한데 벌써 미역국 끓이기도 전에 주방은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이리 나와. 내가 할게. 역시나 생일엔 셀프 미역국이 속도 편하고 마음도 편하지요. 옆에서 자리를 못 떠나고 있는 남편에게 "나 굴 넣은 시원한 미역국 먹고 싶은데." 라고 욕심을 부려봤습니다만 남편은 역시나 "난 소고기 미역국이 좋아." 라고 단칼에 거절했어요. 카레든 뭐든 국물요리엔 소고기가 최고라는 남편.
하지만 저도 텁텁한 소고기 미역국대신 시원한 해산물 미역국이 먹고 싶어서 "그럼 황태미역국은 어때?" 라고 협상안을 제시했습니다. 소고기와 굴 중간에서 타협을 본 게 바로 '황태미역국'. 구수한 국물맛이 기억났는지 남편도 "좋지!"라며 오케이했습니다.
과연 공주는 누구인가? 내 생일에 내가 먹고 싶은 미역국도 못 먹고. 누구 입맛에 미역국을 맞추고 있는 건가? 신세 한탄을 하며 마른 미역을 뜯고 있고 있는데 옆에서 어물쩍 거리던 남편이 "인어공주님인가봐? 해산물을 너무 좋아하네. 미역만 먹으면 채식인데 황태 먹으면 육식 아니야?"라고 깐죽거리기까지.
페스코라고 이 멍충아. 마음 속으로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있는데 "같이 바다에 사는 물고긴데 인어공주가 황태 먹으면 동족상잔의 비극 아니야?" 남편이 또 열받게 합니다. 누구를 위한 생일인가? 공주는 누구인가? 내 생각엔 물개 같이 생긴 남편이 인어공주와 동족 같은데. 두고보자 남편, 소고기 미역국은 끝났어.
만드는 법
1
미역은 충분히 불린다음 물기를 꼭 짜낸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주세요.
2
황태채는 2cm 길이로 잘라주면서 큰 가시나 뼈를 제거합니다.
3
냄비에 들기름 1T를 두른 뒤 간마늘을 볶아주세요.
(나머지 들기름 1T는 미역과 함께 넣을겁니다.)
4
고소한 냄새가 나면 황태포를 넣고 달달 볶아줍니다.
(황태포를 마늘과 미리 볶아주면 비린내는 날아가고 고소한 풍미는 살릴 수 있습니다.)
5
미역과 함께 들기름 1T를 넣고 달달 볶습니다.
6
마지막으로 국간장을 넣고 간이 잘 배게 한 번 볶아준 뒤 물 1리터를 넣고 푹 끓여줍니다.
이렇게 하면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황태미역국완성!
상차림
조촐하게 차린 생일상차림. 생일이라고 해서 특별할 건 없습니다.
저는 사실 미역국을 굉장히 좋아해요. 평소 누구 생일이 아니더라도 미역국을 자주 해먹습니다. 상차림만 보면 매일매일이 생일인 셈이죠.
구수한 국물이 뽀얗게 우러난 황태미역국. 국물도 맛있지만 부들부들, 후르릅 딸려 오는 미역 건더기도 정말 맛있습니다. 푹 끓여서 한껏 우러난 육수에 들기름의 깊은 풍미까지 더하면 별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그릇 뚝딱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