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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으면 0칼로리

가 되는 법 영양사가 알려드립니다!

선생님, 이거 칼로리가 꽤 높지 않을까요?

지난해 채식을 시작할 무렵, 비건 베이킹클래스를 예약했다. 처음보는 10여 명의 사람들과 모여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만든 아몬드케이크. 베이킹 수업이 끝난 뒤 우리는 각자 만든 아몬드케이크를 맛보며 선생님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한 수강생이 칼로리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걱정을 하자 선생님의 당혹해하는 얼굴이 보였다.


맛있으면 0칼로리 아닌가요?


작고 기름진 케이크는 코코넛오일 때문에 약간은 눅눅(?)했지만 그래도 계란이나 버터가 들어가지 않아 비릿한 맛이 없었다. 사실 수업 전, 나도 레시피표를 보며 '이거 칼로리가 상당할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지구환경이나 동물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참석한 수강생들이 먹는 순간 만큼은 즐겁길바랐다. 그래서 난 당황해하는 선생님 앞에서 영양사라고 밝히며 "맛있으면 0칼로리 아니에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비건 재료로 만든 아몬드케이크

#먹을 때의 기분도 중요하다.

난 외식이나 바깥에서 먹을 때 기분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여행을 가거나 즐거운 기분으로 나들이 나갔을 때 먹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 된다. 단적으로 식당 직원이 불친절하다거나 남편과 싸우면서 먹게 된 음식은 정말 최악 of 최악이다.


'외식은 맛있게, 집밥은 건강하게!' 이것은 영양사이자 한 개인으로서 갖고 있는 소신이다. 일주일에 1~2번 하는 외식은 최대한 즐겁고 맛있게, 나머지 집밥은 다이어트식으로 건강하게 먹는다.


하지만 집에 아이가 있다거나 지병이 있어서 챙겨야할 가족이 있다면 건강한 밥상을 안 차릴 수가 없다. 특히 요즘은 외식과 배달로 끼니를 떼우는 1인가구가 너무 늘어나고 있어서 건강한 집밥과 외식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밖에서 외식으로 먹는 칼로리 0으로 만드는 비법이 있을까?


#먹어도 0칼로리인 이유

내가 꾸준히 운동을 시작한 건 2019년 부터다. 4년 동안 일주일에 3번씩 100분, 시속 4.5km로 걷다보면 20분만 걸어도 땀이 흥건하다. 소모되는 칼로리 약 500칼로리, 이제는 운동이 습관이 되서 한번씩 빼먹거나 일주일만 걸러도 뱃살이 확 불어오는 게 느껴진다.


유산소는 30~40분 이상 유지해야 지방을 태울 수 있다고 하지만 나 같은 경우 계속 번아웃이 올 것 같아 처음부터 시간을 조금씩 나눠서했다. 25분씩 4세트. 100분을 한꺼번에 이어 나가려면 내 체력이 감당치 못 할 것이니 25분씩 끊어서했던게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비법이 됐다.


어쩔 땐 30, 40, 30분. 체력이 좋을 땐 50분씩 2번 나눠서 걷기도 한다. 중간중간 5~10분씩 물을 마시며 쉬기도 하고 과일이나 채소로 수분을 섭취하며 갈증을 달랜다.


4년을 함께한 런닝화야 잘 가렴! / 새로산 운동화


#천식을 달고 살던 기저질환자

규칙적인 운동을 시작하면서 달라진 건 천식과 알러지가 감쪽 같이 사라졌다는 거다. 환절기만 되면 감기는 기본, 사람 많은 영화관만 가도 꼭 독감을 달고 살았는데 이제는 끄떡 없다. 운동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천식을 앓는 기저질환자로서 코로나를 무사히 못 넘겼을 지도 모른다. 운동이 나에겐 최고의 면역력이었다.


허벅지와 하체에도 근육이 단단하게 붙어 기초체력이 좋아졌고, 오래 서있거나 걸어야할 때도 4시간 이상은 거뜬하다. 그전엔 남편에게 '저질체력'이란 말을 들으며 쇼핑할 때도 1시간 이상을 못 걸었는데 지금은 등산이나 여행을 가도 내 체력엔 부담이 없다.



#자신을 죄인으로 만들지 말아요.

운동을 한 뒤로 기초대사량이 늘어난 덕분에 쉽게 살이 찌지 않는다. 정말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저주 받은 체질(?)이었는데 나의 사랑스런 하체 근육들이 완충작용을 해주고 있다. 더불어 운동을 한 게 아까워서라도 과식을 하지 않는 좋은 버릇(?)도 생겼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전부터 피해야하고, 먹으면서 살 찔까봐 걱정하는 건 너무도 불행한 일이다. 심지어 먹는 것에 죄책감이 들어 먹고 토하는 걸 반복하는 거식증에 걸린 환자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안타까웠다. 연예인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가졌지만 건강함이 없이는 아름다움도 유지될 수 없다.


나도 30대 초, 중반까지 운동은 거의 하지 않았고 몸을 움직이는 것, 땀 나는 것 조차 질색을 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에서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 가장 잘 한 일은 지난 4년 동안 꾸준히 운동을 한 것이다. 맛있는 걸 0칼로리로 만드는 건 나 자신의 노력이다. 그리고 즐겁게 먹는 나를 죄인으로 만드는 건 게으른 나뿐이다.


요행을 바라고 제 글을 클릭하신 분들! 정말 죄송하지만 영양사에게도 요행은 없습니다. 지금부터라도 규칙적인 운동하시고 즐겁게 드세요! 그게 최곱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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