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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Jul 30. 2023

고추장아찌의 부활

고추장아찌 살사

혹시...고추장아찌 장사할꺼야?


주방에서 커다란 김치통 하나를 꺼내 여러 반찬통에 담겨 있는 고추장아찌들을 한데 모으고 있었습니다. 물을 마시러 왔던 남편이 제 등 뒤에 대고 또 궁시렁 거립니다. 친정어머니가 보내주신 청양고추장아찌,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저염고추장아찌, 마늘과 한데 섞인 고추장아찌 등등 저희집에는 고추장아찌 마를 날이 없습니다.



고추가 문제구먼.


그외에도 명이장아찌, 곰피장아찌...별별 장아찌들이 돌아다니고 있는 우리집 냉장고. 안 먹는 반찬은 과감히 버리고 신선한 반찬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마다 냉장고정리를 하는데 이노무 장아찌들이 문제입니다. 상한 음식도 아니고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장아찌들을 아깝게 버릴 수 도 없고. 그래서 고추장아찌들을 한데 모으다가 냉장고에 널부러져 있던 짜투리 채소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둘이 짰어요?

친정어머니, 시어머니 모두들 어쩜 그렇게 똑같으신지. 오이철이면 오이지 담근 것, 명이나물 철이 되면 명이나물 장아찌. 제철식재료가 나오기가 무섭게 반찬이며 장아찌들을 보내오시는데 모두 맞춘 것처럼 똑같은 반찬이 2통씩 생깁니다.


다행인 것은 두 분의 장아찌를 한데 섞으면 얼추 간이 잘 맞는다는 것. 예전엔 친정어머니께선 요리를 참 잘하셨는데 나이가 드셨는지 미각이 둔해지셔서 반찬이 점점 더 짜졌습니다. 시어머님은 지병 때문에 저염으로 심심하게 드시고. 두 분이 나이 때문에 반찬을 짜게 드시거나 심심하게 드셔야 된다는 건 속상한 일입니다. 하지만 두 안사돈님들의 꼴라보는 저의 냉장고정리를 수월하게 해주죠. 하나로 합치면 끝나니까요.



#시어머님의 반찬

저도 처음엔 시어머님의 반찬 나눔을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왜 자꾸 반찬을 주시려는 걸까? 우리가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 그런데 친정어머니께서 똑같이 하고 계신 걸 보면 '아! 엄마들 마음은 다 똑같구나!'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습니다.


특히나 맛있는 반찬이 생기면 자식 먹이고 싶어서 꼭 주시려하고. 저희 친정어머니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친정어머니는 퀵으로, 시어머니는 아들 배송으로 보내주신다는 차이점이 있죠. 횟수와 운반방법은 저희들 선에서 현명하고 지혜롭게 조절하고 있습니다. 친정어머니는 "엄마, 힘드니까 하지마. 고생스럽게..." 작전, 어머님은 "어머님~ 남편이 뵈러 갈꺼에요. 그때 한꺼번에 보내주세요." 작전.



#친정어머니는 종갓집 김치를 퀵으로 보내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시어머님 반찬을 기다리게 되는 건 '나물반찬' 때문입니다. 저는 나물 없으면 밥을 못 먹거든요. 고생을 사서하는 스타일이지요. 나물이라는 요리는 전처리부터 꽤 힘든 레시피입니다. 예를 들면 시금치나물 하나만 하더라도 이파리 하나하나를 깨끗이 씻어야하니까요.


한번은 부추김치를 담그겠다고 4시간 동안 혼자서 난리치다가 목디스크가 와서 친정어머니에게 울면서 전화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친정어머니께서 "그러니 시어머니께서 해주실 때 잘 얻어 먹어라. 김치는 이제 엄마도 힘들어서 못 한다." 친정어머니는 그 뒤로 김치를 사드십니다. 종갓집이 맛있다면서.


우리집 김치는 이제 시어머니의 몫. 친정어머니는 손을 떼셨어요. 장아찌나 간단한 밑반찬이면 모를까. 대신 사위 좋아하는 소고기나 갈비, 수박 등을 사서 보내십니다. 거기에 밑반찬과 종갓집 김치가 딸려오는거죠.



#나물반찬은 며느리꺼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면 시어머님의 반찬 나눔에는 '우리 아들 밥 잘 먹고 있나?' 내지는 '우리 아들 잘 먹여라.' 라는 은근한 불편함이 섞여 있다는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 느꼈어요. 그런데 반찬을 잘 살펴보면 꼭 반반씩. 남편이 좋아하는 반찬 반, 제가 좋아하는 반찬 반, 이렇게 들어있더군요.


남편은 나물반찬을 잘 안 먹습니다. 가지, 미역을 특히 싫어하고 고기나 햄, 가공육을 좋아하죠. 그런데 어머님께서 꼭 나물반찬 챙겨주시는 거 보면 '이건 나를 위한 반찬이구나!'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누군가는 남편이 나물 없으면 밥을 못 먹어서 고생한다는데 저는 나물 좋아하는 며느리탓에 시어머님이 고생을 하십니다. 채소는 손질부터 번거롭고 힘들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항상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그래서 시작한 반찬조공

그래서 저도 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어서 시댁에서 가져온 반찬통에 뭔가 담을게 없을까? 생각하다 반찬조공을 하게 됐습니다. 처음엔 아버님께서 좋아하시는 건빵과 사탕을 넣어드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껄껄 웃으시면서 아주 좋아하셨어요.


뭔가를 답례를 해드리니 귀엽고 예뻐보이셨나봐요. 그래도 지금은 요리를 해서 드리는데 그래봤자 아주 간단하고 손쉬운 반찬들입니다. 이번엔 고추장아찌가 한무더기 있어서 뭘 해볼까? 하다가 냉장고파먹기겸 고추장아찌 살사를 만들어 봤습니다.


1

고추장아찌 100g을 잘게 다져주세요. (명이장아찌, 마늘장아찌 등 다양한 장아찌 이용하셔도 됩니다.)


방울토마토(스테비아 토마토)는 어느정도 씹는 맛이 있게 다져주세요. (토마토의 양은 150~300g 본인 취향대로 넣으시면 됩니다. 일반 토마토 사용하시면 150g에 올리고당 1큰술 정도 같이 넣어주세요.)


2

적양파(적양파를 쓰면 색깔이 더 예쁘게 나온답니다), 파프리카를 볶음밥용으로 다져서 넣고, 청양고추는 잘게 다져 주세요. 토마토 300g에 레몬 1개 정도 즙을 내서 쓰시면 맛있게 되요. 라임이나 사과식초 쓰셔도 상관없습니다. 후추도 넣어 잘 섞어주세요. (입맛에 따라 고수, 올리브유 등 다른 재료 넣으셔도 되요.)



https://brunch.co.kr/@deuny/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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