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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Dec 02. 2024

첫단추

2020.04.04



‘하.....’



어디서부터 얘기해야하나?

음! 그래! 난 지금 소설을 쓰고 있다. 브런치 웹소설!

인터넷에 잡다한 소설을 연재한지 벌써 3년째!


작년 말부터 쓰기 시작한 소설은 아주 슬픈 사극으로

지금 거의 끝을 맺어 가지만!!! 조회수 100에 관심 3명!!

이번에도 인기 작가가 되긴 글러 먹은 것 같다.


나의 무료한 일상에 한줄기 희망이라곤 웹소설 뿐.

창고 같은 다락방에 앉아 아무도 모르게 글을 쓰는 이 시간이 제일 편하고 아늑하다.


사실 난 결혼 3년차에 접어든 새댁이자 올해 만 29살의 아가씨, 서연두!

공식적으론 유부녀다.


요즘 같은 세상에 26살에 결혼을 했다면 사고를 쳤거나(?),

일찍 결혼한 편이라고 얘기를 하겠지만 나에게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었!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어렵게 이어나갔던 대학생활,

그리고 대학 4년차에 맞은 취업 준비생 신세.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그토록 듣고 싶었던 취직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학교 앞 고시원 월세를 내기도 빠듯했던 나의 삶에!!

'그'는 한줄기 빛처럼 찾아 왔지만


생각지도 못 했던 갑작스런(?) 결혼생활을 시작하면서 나의 인생 계획은 무너졌고

이렇게 가정주부도 아닌 '가정부' 신세로 전락했다.


내 남편?  

이름은 고언, 32살. 신생 스타트업 대표.

왕싸가지에 왕재수. 밥맛 없는 싸이코.


한때 잘 나가던 아이돌 출신이라고 하는데 난 잘 모르겠고!!

어디서 굴러먹던 듣보잡 밴드의 보컬 출신인건 맞다.

남들은 '박서준'을 닮았다, 'BTS 지민'을 닮았다 떠들어 대지만


내가 볼 땐 더러운 인상에 차가운 얼굴, 매서운 눈빛.

한번도 환하게 웃거나 따뜻한 표정을 본적이 없어

어떻게 저런 얼굴로 아이돌을 했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리고 결국 그의 성격을 알고 나니 왜 더러운 표정이 나오는지 알만하다.

까칠함 of 까칠함. 예민보스 중에 왕예민보스! 결벽증! 완벽주의자!

온갖 안 좋은 건 다 댈 수 있을 정도로 성격이 더.럽.다.


하지만 10등신 몸매에 187cm의 훤칠한 키,

역삼각형의 어깨와 쭉 뻗은 다리, 호리호리한 몸매가

아이돌 출신은 맞긴 맞는가 보다 싶을 때도 있지만



쌍커풀 없는 눈과 저 똥씹은 듯한 표정은 결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난 귀여운 남자를 좋아한다. 큑♡


남편과 나?

남들이 볼 땐 세상 단란하고 행복해 보이는 신혼부부지만 실상은

계약결혼 3년차, 정확히 계약 종료 3개월을 앞두고 있는 쇼윈도 부부다.


“나랑 결혼해 줄래?”

“네?”

“결혼해 줄 거냐고.”


반지도, 꽃다발도 없이!

세상에서 제일 로맨틱해야 할 말이 그렇게 아니꼽게 들리긴 처음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두 늙은이가 널 맘에 들어 하더라?”


자기 부모님을 두 늙은이라 말하는 사람도 처음 봤고,


“계약기간은 3년, 재산은 부부공동 소유로 반반씩. 그후엔 안 보는 걸로, 어때? 이만하면 나쁜 조건 아니잖아?”


돈을 걸고 내기하듯 결혼 생활을 제시하는 사람도 처음 봤다.


“그게.....우리 이제 두 번 봤는데....”


그와의 첫 만남은 그로부터 약 1달 전, 소개팅 장소로 알고 나간 W호텔 레스토랑에서였다.


**

[K대학교 서울캠퍼스 교양학부 인문강의동]

2년의 휴학을 마치고 신문방송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이었던 나는

다른 동기들보다 2~3살 정도 나이가 많았다.

데면데면했던 학과 동기들 중에서도 가장 친하게 지냈던 건 혜정이.


“언니, 나 오늘 급한 일이 생겨서 그러는데....이따 소개팅 좀 대신 나가주면 안 될까? 진짜 급한 일이 생겨서 그래!”

“소개팅? 무슨 소개팅?”


“아! 그냥 신경 쓸 거 없고, 자리만 채워주고 오면 돼! 시간은 저녁 6시, 장소는 W호텔 레스토랑. 언니 거기 뷔페 진짜 좋아하잖아. 랍스터랑 스테이크 배터지게 먹을 수 있고!!”


이름 신혜정, 나이 23살.

나와 함께 아나운서 준비를 하던 혜정이는 우리 학부에서 제일 유명한 퀸카였다.


도도하고 똑부러지는 성격에 집안도 좋아서 늘 남학생들의 고백을 달고 살던 퀸카 중의 퀸카.

하지만 커리어우먼이 꿈이었던 혜정이는 자기개발과 취업 준비 때문에 물밀 듯이 들어오는 소개팅도 귀찮아하던 아이였다.


그날도 그런 소개팅 중에 하나인줄로만 알았다.  


“W 호텔? 나 거기 완전 좋아하는데!! 해산물 뷔페도 엄청 유명하잖아!”

“언니 좋아할 줄 알았어. 계산은 당연히 그쪽에서 하는 거니까, 언니는 실컷 밥만 먹고 오면 돼.”

“앗싸!!!! 근데 정말 밥만 먹고 오면 돼지?”

“으응! 내가 이 은혠 꼭 갚을 게!”


난 그렇게 상대방 남자가 누군지, 뭘 하는 사람인지도 모른 체

오로지 ‘랍스터’와 ‘스테이크’에 들떠있었고  


드디어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둔 오후 5시! 완벽한 풀 메이크업을 장착하곤 집 앞을 나섰다.

 **

[W호텔 레스토랑 VIP룸]

우아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그래......아버님은 뭘 하시나?”

“한...한의원 원장님이세요.”


소개팅은 개뿔!


“연두씨에게 궁금한 건 천천히 물어 보셔도 되잖아요.”

“아이고! 너 벌써부터 네 색시 챙기는 거야?”


쌩판 처음 보는 남자와 그의 부모님 앞에서

자기소개서에 써내려 갔던 나의 신상을 고대로 읊어 내려갔다.


“그럼 어머니는 집에 계시고?”

“네. 이대 무용과 나오셔서 지금은 가정주부로 계세요. 가끔 아는 사람들 레슨 한 번씩 해주시고요.”


물론 이것도 자기소개서 아닌 자.소.설.


우리 아빠는 내가 16살 되던 해, 엄마와 이혼한 후로 얼굴 한 번 본 적이 없었고 엄마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며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빴다.  


“이런 예쁜 아가씨가 있었으면 진작 데려올 것이지!! 안 그래도 너 맞선 주선 하느라 엄마가 얼마나 힘들 었는 줄 알아?"

"주변에선 네가 조건 좋은 여자들 다 싫다고 하는 바람에 아무래도 동성연애자가 아니냐고....”


“그런 거면 어때서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 하는데 그게 무슨 죄라도 된다는 겁니까?”


“이 자식이 또!!! 아비 이름에 먹칠을 해도 유분수지!!”

 “아이 참!! 여보, 이런 자리에서까지!! 그만해요!!”  


“쩝쩝...우걱우걱.”


고시원에서 라면으로 연명하던 나는 주변에서 싸우건 말건 스테이크와 랍스터를 우걱우걱 입 안에 집어넣었다.


‘이럴 때 하나라도 더 먹자!!!’



“냠냠쩝쩝!!!”

“참....아가씨가 먹는 것도 복스럽게 먹네, 살만 좀 통통하게 찌면 더 예쁠텐데! 자! 더 들어요!”

“예예!!”


그래, 그때만 해도 난 참 마른 몸이었다. 고시원에서 힘들게 살 때였으니까.


그리고 나중에 알았지만 시부모님께서 나를 예쁘게 봤던 건

돈이나 재산, 부모님이 물려주실 유산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란다.

최소한 집안의 돈을 보고 아들에게 찍쩝대는 그런 여자는 아니라고 생각하셨나보다.


“올해 가기 전에 빨리 날 잡자.”

“크헙!!!! 켁켁!!!!”


“괜찮아요?”

“크헙......”


그땐 정말 토하는 줄 알았다. 그리고


“이걸로 닦아요.”


나에게 손수건을 건네기 전,

더럽다는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리며 자신의 바지와 셔츠를 먼저 살피던 건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진작 관뒀어야 했다. 우린 첫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셔츠(?)같은 운명이었다.


“넌 네 색시 될 사람한테 존댓말이 뭐니! 좀 다정스럽게 굴어라!”

“저흰 아직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 만난 지도 얼마 안 됐고....”


‘당연하죠! 이제 얼굴 본 지 한시간밖에 안 됐는데!!!’

‘일이 어떻게 되가는 거지? 화장실 간다고 그러고 그냥 도망칠까?’


하지만....테이블 위에 그득히 나와 있는 랍스터들을 포기할 순 없었다!!!


“회장님이랑 나도 만나자마자 한 달 만에 결혼했어! 결혼은 좋아서 하는 게 아냐! 살면서 맞춰가는 거지!"

"안 그래요? 아가씨? 아니 이젠 새아가라고 불러야겠네! 아가!”


“크헙.....”


모든 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일어났고, 그의 부모님이 모두 돌아간 뒤, 우린 커피를 시켜 놓고 차분히 대화를 이어나갔다.


“미안해요. 우리 부모님 때문에.....”

“아...아니에요.”


‘혜정이 이 자식!! 만나면 국물도 없을 줄 알어!!!’


“아마 혜정이가 자세히 얘기해 주진 않았을 거예요. 걔도 어렵게 섭외한 거니까.”

‘섭외?’

그리고 그의 손에 들린 묵직한 돈봉투.


“작년에 아버지께서 크게 아프신 뒤론 계속 이런 식이었어요. 빨리 결혼하라는 둥 어쩌라는 둥. 아직 난 결혼 생각이 없는데 사업 지원을 받으려면 부모님 말을 따라야하고.”


그는 나에게 조용히 봉투를 내밀었다.


“오늘 많이 당황했을 텐데 내가 하자는 대로 따라줘서 고마웠어요. 보수는 두둑이 챙겼으니 섭섭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이거....”


그가 또 내민 건

‘계약서?’



“오늘 있었던 일 발설치 않겠다는 계약서에요. 추후에 SNS나 인터넷 상에 사진, 녹음 파일 등 그 어떤 사실이 유포될 경우 오늘 건넨 보수 총액과 그의 10배를 물어낸다는 내용입니다. 이 아래, 서명하세요.”


‘헐....’

계약서 좋아하는 건 그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피도 눈물도 없는 독한 놈!


“저는......”


소개팅이라 해서 왔고!! 자리만 채워 주면 된다고 알고 왔는데!!

갑작스런 어르신들의 출격과!! 이 돈봉투!! 거기다 날 이상한 여자 취급부터 하는 이런 계약서까지!!


오히려 제가 정신적인 충격에 대한 피해보상을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꾸울꺽.....”


흰 봉투에 살짝 비친 십만원짜리 수표! 0이 분명 하나, 둘, 셋.....다섯개!

게다가 두둑한 자태!


“싸인은 어디에다?....”


난 역시 자본주의 사회의 시민이었다.


다음화 미리보기

https://novel.naver.com/best/detail?novelId=863850&volumeNo=2


*이 소설의 이미지는 모두 AI 생성형 이미지를 사용했습니다. 보시는데 부족함이 있더라도 양해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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