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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Feb 24. 2024

먹방 유투버가 되고 싶었다.

먹방 욕심내는 영양사


무알콜 맥주 & 다이어트 연근칩

먹는 것이 좋아서


나는 원래 먹는 것이 좋았다.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먹는다'는 행위 보다는 '식품'에 대한 여러 가지 맛, 성분, 풍미, 원료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중학교 때 매점에서 파는 '피자빵'의 재료가 궁금했고, 뒤에 빼곡히 적혀있는 원료명들을 읽어 보면서 이 재료는 이맛, 저 재료는 저런 맛이 나는 구나! 하는 호기심들을 채워나갔던 것 같다.


특히 나는 피자빵의 토마토소스맛을 좋아했는데 그게 너무 맛있어서 무엇을 썼는지 궁금했다. 또 내가 먹는 음식인데, 몸에 들어갈건데 어떤 원료, 무슨 재료를 썼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 당시에는 식품원료 전성분 표시제도 아니었고, 주성분이 되는 몇몇 원료만 적어 놨을 뿐인데 나는 그걸 읽는 게 그렇게 재밌었다.


그 당시 식품회사에서는 특징적인 맛을 내는 재료가 있다면 혹은 소비자들이 좋아할만한 재료가 있다면 단 0.000몇%만 들어 있어도 마치 자랑거리처럼 원재료명에 써넣었던 것 같다. 청량음료에 과즙 0.0001% 함유, 그 다음엔 합성착향료라는 것들이 써있었다. 난 그런 글씨들을 읽어보면서 이 향이 정말 과즙에서 나는 것일까? 의아하기도 했다.ㅎㅎ



음식에 대한 흥미는 엄마의 요리솜씨와 비례하는가?


커서도 엄마와 마트에 가는 것은 나에게 놀러 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새로나온 식품, 식재료를 구경하고 내가 사고 싶은 품목이 있으면 여지 없이 뒤를 돌려 원료들을 파악했다. "아! 이래서 이런 맛이 나는 구나!" 허브, 후추, 토마토페이스트 등 어떤 원료가 어떤 재료와 어울리면 어떤 맛이 나는 지 결국 그 식품을 사가져와 먹어보면서 네 머릿 속 데이터베이스를 채워나갔다.  


음식에 넣는 양념들은 심심할 때마다 성분을 읽어보며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 읽어보기도 하고, 엄마가 어떤 음식에 넣는지 또 채소, 고기와 어울려 어떤 맛이 나는지 파악하기도했다.


우리 엄마는 요리 솜씨가 좋으신 편이었다. 지금도 내 최애 반찬은 시금치나물인데 아기 때부터 거부감 없이 초록초록한 시금치와 채소들을 잘 먹게 만드는 건 쉬운일이 아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처럼 식재료에 대한 선호도나 식습관도 그렇다. 내가 여러 음식을 가리지 않고 골고루 잘 먹게 되었다는 건 어머니의 요리 솜씨가 큰 역할을 했다는 거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음식에 대한 호기심들은 점점 더 쌓여만 갔다. (이 내용은 식품영양학을 전공하면서 영양교육을 배우며 더 확실해졌다.)



영양사의 뇌피셜


참고로 다른 친구가 싸온 시금치나물도 먹어 봤는데 그 이후로 난 내 반찬만 먹었다. 無무맛, 정말 아무 맛도 향도 없는 상태. 친구가 시금치나물을 싫어하는지, 채소반찬들을 골라내고 먹는 지, 김치도 먹는 식습관을 가지게 됐는지 그제서야 이해가 갔다.


음식에 대한 흥미, 재료를 가리는 것, 식습관 모두 어릴 때 형성되는 부분이 많은데 그건 어머니의 요리솜씨와관련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나의 뇌피셜이다.


 


먹방이란 게 생기기 전부터


나는 먹방이나 쿡방을 좋아했다. 2000년 대 초 중반 쯤? 2006년 정도부터 다시 재수를 시작하면서 혼자 밥먹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그때마다 TV를 틀고 음식 먹는 것, 음식 만드는 내용들을 봤다. 어부들이 생선을 잡아 놓고 선상 위에서 회를 먹거나 요리를 해먹는 내용도 좋았고, 빵 만드는 레시피, 시골 할머니들이 나오셔서 나물 무치는 내용도 좋았다.


음식, 요리, 먹는 게 TV에 나오면 그 내용이 그렇게 재밌을 수 없었다. 먹는 게 좋아서. 음식을 더 알고 싶어서 혹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그때는 그런 종류의 방송들이 활성화되기 전이라 '한국인의 밥상'이나 '최고의 요리비결'처럼 음식이 나오는 내용이면 밥 먹을 때마다 수시로 틀어놨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먹는 게 좋아서, 먹는 걸 더 알고 싶어서 식품영양학과에 가야겠다고. 누군가는 그냥 점수에 맞춰서, 또는 영양사로 취업을 하기 위해 선택한 길이지만 나는 정말 단순히 먹는 게 좋아서 선택한 길이었다.



다음편 예고


쓰잘 떼기 없는 영양사의 혼잣글. 읽어주시면 감사하고 안 읽어 주시면 정말 혼잣글이 되는 혼잣글. 다음편엔 제가 왜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게 됐는지 깊이 탐구해보겠습니다. 참고로 전 이과, 벡터, 미적분과 수2. 지구과학2로 수능을 치룬 100% 이과입니다.


지금은 문이과 통합과정이지만. 아무튼 이과가 왜? 신문방송학을 복수전공하게 됐을까요? 그건 다음편에 계속 됩니다.




https://youtube.com/@user-ic3cw3qe6i?feature=shared



다른 메타버스의 나에게


대학을 나와 결국 이리저리 돌고돌아 유투브를 하고 있지만...만약 재수에 실패해서 대학을 안 나왔다 하더라도 나는 지금 먹방 유투버를 하고 있지 않을까?


어쩌면 인플루언서로 지금보다 훨씬 잘나가 돈도 많이 벌고 백종원 대표님과 합방을 하면서. 언젠간 이게 나의 꿈이기도 하지만.


아무튼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나도 먹방을 하고 있을 것이다. 다만 다른 종류의 음식과 다른 스타일로 내용을 채워갔겠지? 사람들에게 더 인기 많고 사랑받는 대중적인 메뉴로.


먹방을 욕심내는 나에게 남편은 이하 5가지의 이유를 들어 반대를 하고 있다.

첫쩨, 음식이 너무 건강해보인다.

둘째, 많이씩 먹지 못 한다.

셋째, 맛없어 보인다.

넷째, 먹는 소리가 크지 않다.

다섯째, 제일 중요한 건 구독자들이 원하는 내용이냐? 하는 거다.


먹방을 올리면 날 초라하게 만드는 조회수가 말을 하곤 있지만...그래도 심심할 때 봐주세요~라고 구독자님들에게 아양을 떨어본다.



부질없는 내용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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