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Jun 08. 2024

비오는 날엔 F가 된다.

FFFF 애프호박전


자세한 레시피는 아래 있습니다.

전, 내가 못 하는 음식


'전요리'는 내가 못 하는 음식 중에 하나다. 그렇게 된 이유를 따지자면 그닥 좋아하는 음식이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전을 싫어하는 이유는 당연히 칼로리도 높지만 기름을 이용하는 번거로운 조리과정에 있다.


시작도 하기 전, 적절히 맞춰야하는 반죽 농도와 재료 손질과정이 너무 번거롭다. 그리고 먹고 뒤에는 집안 여기저기에 배인 기름냄새와 미끌미끌한 기름의 흔적은 어찌할 것인가? 전의 느끼하고 기름진 맛도 내 스타일이 아니다.



기억 속에 간직한 요리


어릴 때 친정집에선 전을 자주 해먹진 않았다. 기껏해야 오늘 같이 비오는 날 아니면 명절 뿐? 비오는 날도 너무 춥거나 너무 덥지 않고 딱 오늘 같은 날씨여야만했다. 어머니가 기름 앞에서 고생하시지 않도록.


친정어머니는 전 같은 기름진 음식보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의 음식을 많이 내주셨다. 시원한 오이냉국, 시금치나물, 생선요리, 콩자반을 많이 내주셨다.


잡곡밥에 소고기뭇국, 김치와 반찬 두어 종류. 우리집은 항상 국이나 찌개가 빠지지 않아서 도시락에도 꼭 국물을 싸주셨다. 그 입맛은 어딜 가지 않는다.  

 



시댁의 전파티


하지만 우리 시댁은 달랐다. 어머님, 아버님, 남편 모두 너나할 거 100% 전을 좋아한다. 결혼을 하고 시댁에서 명절을 처음 보낼 때 기겁해서 놀란 적이 있다. 바로 시댁의 전부치는 스케일 때문이다.


여느 전통시장의 전집처럼 커다란 채반을 여러게 가져다 놓고 열심히 전을 부치던 형님의 모습. 남편까지 가세해서 이건 뭐 1미터가 넘는 채반 4개가 주르륵 금세 채워져갔다. 오마이갓! 이걸 4식구가 먹는 다고? 다른 친척들이 오는 것도, 손님이 오는 것도 아니었다. 오로지 시댁가족들만을 위한 명절 파뤼.


전을 다 부치고 나면 알록달록 예쁜 전들이 나열된 채반은 한 사람이 들기에도 버거웠다.

 

남편과 아버님, 아니면 형님과 남편 둘이서 들어야 겨우겨우 베란다로 내갈 수 있었다. 난 어쩌다가 전통주 빚는 걸 배웠다면서 인사치레로 막걸리 두 병 정도를 빚어가게 됐는데 그게 전파티의 시초가 될 줄이야!



막걸리가 빠질 수 없지!


어머님은 동태전, 형님은 연근전, 남편은 동그랑땡. 아버님은 술안주 삼을 수 있는 건 모두 다. 명절에 시댁에서 전을 그렇게 먹어도 포장해주신 전을 집에 갖고 와서 몇날 며칠을 먹었다. 남편을 물리지도 않는 지 냉동실에 보관한 전을 슬쩍 대펴서 과자 집어먹듯 야금거렸다.


배는 더 나오고 한동안 그 배를 꺼트리기 위해 난 또 열심히 다이어트 집밥을 해먹어야했다. 전은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왠만하면 하고 싶지 않은 음식이었다.



비가 오면 T에서 F로 변한다.


"오늘 같은 날, 전에 막걸리 한잔?" 비오는 날이면 남편은 출근 전 커피를 마시며 나에게 슬며시 얘기한다. 내가 전을 싫어한단 걸 알고 있어서 무리하게 부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남편이 먹고 싶다는데 계속 신경쓰인다.

 

계속 무시해왔었는데 마침 오늘처럼 비가 타닥거리다가 선선한 바람이 불면 바삭 뜨끈한 전 생각이 나기도 한다. 희뿌연 막걸리를 뿌려 놓은 것처럼 구름낀 하늘이 계속 된다면 금상첨화다.

 

비오는 날은 나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든다. 대신 남편의 뱃살을 생각해서 채소를 가득 넣어 밀가루를 묻힌듯 만듯 한 채소전을 만든다.


그나마 먹고 싶은 걸 해주고 싶은 마음과 남편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합의를 볼 수 있는 유일의 방법이다.


구독, 좋아요, 공유는 필수♥  좋은 후원은 좋은 글을 만듭니다♥



바삭바삭 애호박전 부치는 법


#애호박전 #전요리 #부침개 #초간단 #요리 #식비절약 #냉장고파먹기 #집밥

매거진의 이전글 남편은 혼나야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