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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 빚는 영양사 Jul 08. 2024

나는 왜 섞었나?

믹스(MIX)로 셀프 브랜딩하기


반갑다, 믹스(MIX)!


어젯밤 유투브를 보다가 '믹스(MIX)'라는 책을 발견했다. 무려 2년 전에 발행된 도서였지만 내용이 아주 흥미로워서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섞음'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고,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는 것. 특히 서로 이질적인 것을 섞었을 때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돌연변이 탄생할 확률이 많고 환경과 잘 맞는 다면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


주목 받는 효과가 크고 브랜딩에서도 이런 것들이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섞음, 믹스, 다른 말로 하면 융합이나 융화? 언제부턴가 대학가에선 학과별 융복합, 융합 같은 개념이 주목 받기 시작하던데.




나는 왜 섞었나?


나는 전공이 2개다. 식품영양학과 신문방송학.  

 

하나는 생활과학, 하나는 인문과학. 어쩌면 자연계와 인문계에 있어서 실용학문으로 나와 있는 최전선의 학문들(?)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아주 주관적인 의견입니다만) 그런데 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이 전공들을 왜 하게 된걸까?




이과에요


우리 때만해도 이과, 문과라는 것이 있었다. 이러면 너무 라떼(?)는 같지만. 아무튼 지금은 수능이 통합과정으로 합쳐졌다는 게 사실인가? 찾아보니 무용지물이 됐다는데 이것도 사실인가?


어쨋든 나는 뼛 속부터 이과였다. 수2를 배우며 벡터삼각함수, 미적분으로 골치를 앓았던 이과. 심지어 과학 선택과목은 내 주변에서 아무도 택하지 않았던 지구과학2를 했다. 나름 재밌었는데... 


성격은 F보다는 T. 심장 속에 T 오백만개를 심고 산다고 해야하나? 문제를 풀면 0이나 1이나 답이 딱딱 나와 주는 게 속이 시원했다. 내가 제일 싫어했던 과목은 철학을 배우던 윤리나 도덕이었다. 


소크라테스 어쩔씨구, 아리스토텔레스 어쩌고, 군주론 유물론.... 아 생각하기도 싫다. (그렇다고 제가 윤리적이지 않거나 안 도덕(?)적인 사람은 아닙니다.)


수학은 그리 잘 하진 못 했으나 어쨌든 답이 나오니 좋았고, 결과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자연과학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답 없는 인문과학


그런데 문제는 답없는 인문과학이었다. 진짜 답이 없다. 한 길 물 속은 알아도 열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했나? 거의 심리학 같은 인문과학은 답이 없다.


광고론, 크리에이티브 발상, 사회심리, 스피치와 프리젠테이션, 카피라이팅, 취재 보도 실습ㅋㅋㅋㅋㅋ. 이런 게 답이 있을리가...


수업방식도 참 힘들었다. 발표로 시작해 조별 난상토론, 결국엔 자기주장하기로 끝맺음. 이론도 요상한 이론이 많았다. 코에 걸면 코걸이, 목에 걸면 목걸이? 아니 이런 학문으로 만들지? 라는 생각도 했었고, 암튼 적응할 없는 이상한 동네였다.


미운오리새끼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느끼기에도 그랬고, 신방과 학생들이나 교수님들이 나를 보기에도 그랬을 것이다. '너는 왜 여기와있니?' 그런 눈초리였다.


문과에서 이과 전공하기는 힘들어도 이과가 문과를 전공하기는 더 어려운 것 같다. 마치 길이 없는 안개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극소심 I를 E로 바꾸기 위하여


나는 지금도 I지만 대학 때는 더 극소심 I였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MBTI 검사를 10여 년 전 대학진로탐색실을 찾아가 혼자 조용히 받았다.


그랬더니 I가 나왔다. 완전 내향형인간. 취업을 하고 앞으로 사회생활을 해야하는데!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 자기주장도 못 하고, 목소리 작은 찌질한 인간으로 남기 싫었다.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많이 해야하고,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말하며 멋진 대학생활을 해보고 싶은데...

 

순간 자기계발에 있어서 대학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생각했다. 나 스스로를 계몽하는 곳. 발표와 커뮤니케이션, 말하는 을 저명하신 교수님들께서 학문으로 전수해주시는 곳.


스피치와 프리젠테이션, 커뮤니케이션 이론과 방법, 크리에이티브하게 발상하는 법. 신문방송학과는 나에게 필요한 곳이자 해야할 일이었다.  

 



1+1, 뽕을 뽑으리라!


지금도 대학 등록금이 비싸지만 당시에도 등록금은 나에게 상당한 과제였다. 이런 비싼 등록금을 내고 배우는데 이왕이면 하나라도 더 배워야하지 않겠나?


뽕을 뽑고 싶었다. 그래, 이게 주된 이유였다. 1+1, 뽕뽑기. 지금도 갓성비를 최우선으로 꼽는 내가 복수전공을 하게 된 주된 계기였다.


절실함, 뭐 하나라도 더 배우려는 악착같은 마음. 그게 복수전공을 하게 된 계기였다.


이 졸업장을 받은 녀자는 10년 후 글쓰는 백수로 살아가게 됩니다.
내가 죽으면 종이 뿐일 성적표
마지막 학기는 취업해서 B가 많습니다. 나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


간혹가다 나에게 '당신의 프로필이 진짜요?'하는 의구심을 갖고 계신 분들이 있다. 그런 글을 볼 때마다 충격받는다. 그래서 짱박혀있던 졸업장을 꺼냈다. 그래봤자 학사다.


내 주변엔 해외유학파 출신 박사님들도 계시고 저명하신 선배님이시자 교수님이신 분들도 많다. 브런치엔 전문가 분들이 더 많이 계신다. 내가 쓰는 글은 찌끄리는 거다. (오늘도 좀 찌끄리고 갑니다.)




그 결과


취업을 위해 경제학이나 경영학, 무역학을 부전공으로 선택한 친구들은 봤어도 복수전공은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해냈다, 그것도 4년 만에.


계절학기를 배우면서 방학 때도 하루 편히 쉬어 본 적이 없었다. 알바와 어학, 그리고 취업준비와 계절학기로 돌아가는 굉장히 바쁜 방학(?)은 나에겐 방학이 아니었다.


학기 중에는 숨가쁘게 뛰어다닌 기억밖에 없다. 짧게 주어진 쉬는 시간, 학교의 가파른 언덕을 오르며 물 한모금 제대로 마실 시간이 없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교수님께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 앉아야했다. 그래도 제 1전공인 식품영양학 교수님들께서는 고생한다며 응원을 많이 해주셨는데 인문과학 쪽에선 '읭?' 이런 반응이었다.


주변 학생들도 그렇고 교수님들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성취감이 드는 건 어울리지 않는 전공을 해냈다라는 것보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며 4년만에 복수전공을 해냈다는 뿌듯함 때문이다.




이야기를 빚게 된 영양사


MIX는 나에게 '이야기 빚는 영양사'가 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줬다. 물론 혼자서 글쓰는 백수일 뿐이지만 이 일이 나는 세상 뿌듯하고, 즐겁다. 우리 구독자 분들께서 계심에 항상 감사합니다.

(_ _)


기자로서의 경험도 밑바탕이 됐지만 저 둘을 섞어서 졸업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는 것에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아무도 나에게 종용하거나 시킨 적이 없다. 내가 원했고, 하고 싶은 일이라 다. 그래서 있었던 것 같다.


몸은 좀 고생스러웠지만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던 거라 배움은 늘 재밌었다. 그럼에 후회도 없고 미련도 없다. 당시엔 고생스러웠던 일들이 지금 생각해보면 재밌다.


부모님들이 자녀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었던 공부나 꿈을 강요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강요로 점철된 아이들의 성공은 성공여하를 떠나서 누군가의 후회로 남을 것이다.


먹는 것에 대한 글, 나는 이것을 쓰기 위해 기나긴 여정을 했던 같다. 여정은 아마도 계속 될 것 같다.



  

주시면 감사하고, 안 봐주셔도 감사한 영양사의 혼잣글. 찌끄려 놓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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