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라는 하얀 핑계
9월 17일, 1년에 딱 한번 찾아오는 고백데이.
크리스마스를 만난 지 100일째 되는 날로 더 특별하게 보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날이다.
"널 좋아해." 목젖 아래 꽁꽁 묶어둔 수줍은 고백을 풀어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핑계, 크리스마스.
하얀 거짓말처럼 핑계에도 하얀 핑계가 있다. 핑계가 없었다면 과연 할 수 있었을까,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뭐한 고작 그저 그런 아주 작디작은 이유로 의지가 생기고 힘이 나는 신기한 순간이 세상엔 꽤 많다. 소박한 핑계에 휘청이는 나 자신에게 자괴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이유가 가벼워야 행동이 과감해지는 때도 분명 있다.
9월 17일에서 열흘 하고도 이틀이나 더 지나버린 오늘의 유튜브 알고리즘 가라사대.
"오늘 재즈 캐롤 어때?"
그래,
곧 크리스마스니까.
조금만 더 버티자.
쪼오금만 더!
오늘의 버티기를 해내면,
20대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끝장나게 설레며 보낼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