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기의 힘
정확히 한 달 전의 나는,
아침에 지하철 타기 전에 한잔
회사 도착해서 한잔
점심 먹고 한잔
네다섯시쯤 몸이 뻐근할 때 한잔
하루에 커피 서너잔을 거뜬히 마셨다.
그리고 어제,
나는 단 한잔의 커피도 마시지 않고도 하루를 살아냈다.
커피를 달고 살던 이전만큼이나 말짱한 정신으로.
위가 약해졌다는 뜻밖의 건강검진 결과와 후속편처럼 이어진 위통.
아- 직장인 다 됐다 서글픔도 잠시,
이제 진짜 커피를 줄여야겠다고 다짐했다.
작심삼일이 무색하게 너무나 잘 실천하는 중.
뭘 엄청나게 굳은 의지로 하고 있는건 아니다.
커피가 생각날 때마다, 차 한 잔만 더 마시고 진짜 졸리면 커피 먹어야지- 미루고
물 한 잔만 더 마시고 진짜 졸리면 커피 먹어야지- 미루다보니까 진짜 영영 미루게 됐다.
미루기를 잘하는게 이런 좋은 점이 있을 줄이야.
없어도 잘 살 수 있었는데
그동안 왜 그렇게 커피에 돈을 쏟고 몸을 축내고 있었을까.
여러모로 습관이란게 참 무섭고, 건강이란게 참 무섭다.
굳이 안해도 되는데 하고 있는 것들
굳이 안먹어도 되는데 먹고 있는 것들
굳이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데 신경쓰는 것들
찬찬히 미뤄보아야겠다.
커피의 다음 차례는 무엇이 될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