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우리 사이 변했어 (3)

변함을 정의하는 방법

by 자몽맛탄산수

* 이 글은 개인적인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소소한 깨달음을 적은 글입니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겐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저 어떤 26살 처자가 사랑해나가는 이야기구나, 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아이유의 새로운 앨범이 나왔네요.

아이유의 노래를 들으면 늘 힐링이 되곤 했는데, 요즘은 마음 한 구석이 저릿저릿합니다.

타이틀곡 <팔레트>보다는 <이런 엔딩>이, <사랑이 잘>이 더 깊게 다가오기 때문인가봐요.


아이유의 곡이 사랑받는 이유는 그녀의 바라보는 그녀 자신의 온전한 감정과 생각이 그녀의 방식대로 그녀의 목소리에 녹아들어가있기 때문이겠죠. 그녀가 스물 다섯에 그려놓은 그림 위에 제 모습이 겹쳐지는 건, 때론 위안이 되기도 할테지만 오늘은 조금 버겁기만 합니다.


지난 주말은 참 힘들었어요.

연락을 하지 않은 것이 일주일을 넘긴 시점이었거든요. 이상하게도 저번주는 팀 워크샵부터 도통 드물었던 야근, 사수님과의 영화, 새로운 모임, 친구의 번개, 친척언니의 방문까지 일주일이 다른 사람들로 가득 차있었어요. 마치 네가 혼자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게 할테야- 라며 신이 제 인맥을 다 동원한것처럼요. 그래서 잘 버티는가 싶었는데. 결국 토요일 밤 눈물이 터지고 말았네요, 아이유 덕분에.


그리곤 일요일은 꼼짝않고 침대에 누워있었습니다. 있던 약속도 깨버린채요. 정주행하리라 벼르던 웹툰을 끝내고, 잘 보지도 않던 예능을 보며 깔깔대고, 그러다 다시 잠들고. 배가 슬슬 고파오더니 저도 모르게 평소에 제돈주고 사먹지도 않았던 치킨을 시켜 1인 1닭까지 해버리고, 대선주자들의 티비토론을 보고. 다시 누워서 멍하니 있다가, 다시 예능을 켜고. 그렇게 새벽 세시까지 깨어있었네요. 덕분에 오늘 아침에 택시를 탔지만요.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어요.

잠시라도, 내 머릿속에 생각할 틈을 내준다면

우리가 정말 헤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하기 싫은 생각이 비집고 들어올 것만 같아서요.


다툰 이후에, 그 아이를 제가 너무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닌가, 되돌아봤어요.

잘 지내보자, 바쁜 시기니까 이해하자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지만 섭섭함과 실망을 감추기는 어렵더군요. 우리의 대화는 계속해서 서로에게 생채기를 내기만 했어요. 그 애는 바쁜 와중에도 나름 시간을 내 연락을 했던 것일수도 있지만 저에게는 그저 '보고' 혹은 '의무'로만 느껴졌던 말들, 거기에 단답으로 응수했던 나. 보이지 않은 골은 그렇게 깊어져 갔겠죠.


사실 몇번이나 지난 카톡, 비트윈 대화창을 뒤적거려보았어요.

활자 그 자체로는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묘하게 다른, 행간에 흐르는 기류.


사실 아직도 긴가민가해요. 내가 너무 예민했던걸까.

그러다가도 그 애와의 통화에서 느껴진 귀찮음, 그리고 그 애가 했던 말들을 떠올리다보면,

사람의 방어 기제가 신기하다는 감상만이 남아버리네요.


이렇게 대화하다가는 제가 너무 힘들어질거라는 생각에, 용기를 냈어요.

저는 물었고 그애는 인정했어요.


네가 이전만큼 좋지는 않은 것 같아. 더 좋아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더 좋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


나를 왜 좋아하지 않냐, 무엇이 문제냐. 따지지는 않았어요.

그래, 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너를 더 좋아하는 것 같아.

그러니까 내가 참을게. 기다려볼게, 했죠. 후회는 없어요.


뱉어놓고 꽤나 힘들긴 했죠.

다시 쓰는 것 조차 역시 힘드네요. 그래도 자꾸 되뇌이다보면 언젠간 익숙해지겠죠.


그 애 생일을 10분 앞두고 전화를 걸었어요. 그 애는 동아리 사람들과 술자리에 있었죠.

생일 축하한다고, 웃으면서 말해주고 싶었는데... 정말로요.

난 하루종일 네 생각 뿐인데, 막상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놀고 있는 들뜬 너의 목소리를 들으니, 웃음이 지어지지 않았어요. 왠지 너가 전화를 빨리 끊고싶어한다는 내 되도 않는 느낌, 중간중간 흐르는 정적. 네가 제일 싫어하는 영혼 없다는 말, 이 느껴지는 너의 목소리.


그 애가 집에 돌아온 새벽, 전 다시 전화를 걸었고 처음으로 소리내어 울었어요.

나 너무 힘들다고. 우리 왜 만나는 거냐고.


내가 변한 것 같아. 미안해.


제가 그토록 챙겨주고 싶었던 바로 그 생일 날, 그 애도 울면서 말했어요.

시간을 가질까 말까, 서로 두려워했던 그 말을 제가 먼저 뱉을 수 있었던 건 그 애가 솔직하게 말해주었기 때문이에요. 지레짐작만 하며 발만 동동 구르던 나에게 솔직하게 말해줬으니까요.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네요.

많은 생각을 하고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과거로의 여행도 했는데,

자질구레한거 다 빼고 결론은,

난 여전히 널 좋아하고, 넌 내게 소중한 사람이고, 그래서 난 네 선택을 존중할거고. 이정도 인것 같아요.


다시 만나면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까요. 벌써부터 조금 두렵고 떨려오네요.

그 애가 부디, 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기를.

긴긴 연휴가 오기 전에, 이번 주말에는 만나서 얘기를 해야 할텐데.

그 애의 마음은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을까요.


아이유, <이런 엔딩>

https://www.youtube.com/watch?v=Rh5ok0ljr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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