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함을 정의하는 방법
* 이 글은 개인적인 연애 경험을 바탕으로 느낀 소소한 깨달음을 적은 글입니다. 상황에 따라 누군가에겐 맞을 수도,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요. 그저 어떤 26살 처자가 사랑해나가는 이야기구나, 하고 편하게 읽어주세요.
이 말이 무색할 만큼, 그 애를 만나기 전 날은 정말 힘들었어요. 혼자 있다가는 결국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발만 동동 구르며 시간을 보낼 것을 알았기에, 눈을 뜨자마자 부리나케 준비해 오랜만에 전시를 보러 갔어요. 전시를 다 보고서는 스타벅스에 가서 애니메이션을 봤고,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읽었죠. 사실 어떤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도 안나요. 그리곤 무작정 긴 치마를 사러 명동엘 갔어요.
그 애는 제가 긴 치마를 입은 모습을 좋아했거든요.
문득, 어쩌면, 설마.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 애에게 가장 예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끝날 땐 끝나더라도 예쁘고 아름답게 헤어지자고. 그런 다짐을 했죠. 가장 쉬운 방법은, 긴 치마를 사는 것이었네요. 그 애가 예쁘다고 말해줬던, 몇 안되는 순간이었는데. 긴 치마들 많이 사둘걸, 후회도 했어요.
네가 좋아했던 내 모습은 뭐였을까?
나는, 그 모습을 잘 지켜왔을까?
분명 네가 좋아했던 모습은, 나도 좋아했던 내 모습이었을텐데.
지금의 나는 너에게 어떤 모습일까.
그렇게 정신없이 명동 거리를 걷다, 괜찮아 보이는 긴 치마를 사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죠.
흘깃, 곁눈질로 확인한 그 애의 카톡 프로필 사진이 바뀌어 있었거든요.
아프고, 힘들어서 카톡 상태 메시지 하나 바꾸지 못하는 나인데... 너는 예전처럼 웃고 있네.
넌 정말 아무렇지 않은걸까?
난 이렇게 매 순간마다 네가 녹아있는데.
카톡 프사 하나로 정말 모든게 다 끝이라는 생각에 퐁퐁, 눈물이 나더라구요.
그렇게 힘든 밤을 보내고, 그 아이를 만났습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자주 가지 않는 곳인데, 여기라면 이별 장소로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에 굳이 그곳을 찾아 앉았어요. 괜히 자주 가는 곳에서 헤어지면, 갈 때마다 자꾸 생각날테니까.
"왜 여기로 왔어? 너 여기 별로 안 좋아하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왜 그리 울컥했을까요.
내가 원했던건, 이렇게 사소한 것들을 챙겨주고 기억해주는 것이었는데.
커피 한 잔씩을 앞에 두고,
적당히 시끄러운 카페 구석에 앉아 얘기를 나눴어요.
바빠서 생각을 많이 못했다,는 그 애의 말은 변명처럼 들려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이해하려는 제 모습을 보면 제가 아직도 많이 좋아하고 있다는 거겠죠. 시간을 갖자고 했던 그날 밤과 비교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어요. 다만 우린 서로의 빈자리를 느꼈고, 너무 익숙해져서 감지하지 못했지만 분명 서로에게 상처 혹은 스트레스를 줬던, 무심코 저지르던 행동들. 현재만 집중했을땐 서로가 서로에게 너무 힘든 존재였는데, 과거와 미래 속에서 우리를 돌아보니 이렇게 헤어지고 싶지는 않다, 서로 변한 상황을 이해하고 좀 더 노력해보자, 정도로 정리가 됐네요.
남자친구를 힘들게 했던 건, 비단 늘어난 일때문만은 아니었을거에요. 늘 너에게 기댔던 내 모습, 이제는 루틴해진 우리 관계, 서로에게 쏟아내는 부정적인 감정들, 나에 대해 잘해주지 못하는 미안함, 그 미안함에서 나오는 부담감, 더 노력하면 잘 될 수 있을까 불확실함.
저를 힘들게 했던 건, 나에게 솔직하지 못했던 너, 얘기하지 않은 너, 그래서 확신을 받지 못했던 것.
그래도 우리가 다시 잘해보자고 마음 먹은건,
이 모든게, 설렘보다는 익숙함이 커진 여느 연인들이 겪는 그런 사랑의 한 순간일 것이라는 것,
너와 헤어져 다른 누군가를 만나고 이 상황을 똑같이 겪을텐데, 그럴거라면 지금 내 옆에 있는 너와 다시 잘 해보고 싶다는, 그런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사실 글로 쓰면 간단해보이지만,
이야기를 하는 내내, 그래서 우리가 헤어지는 걸까 속으로 조마조마 하기도 했어요.
겉으로는, 난 너의 의견을 존중한다고 당당한 척 얘기했지만요.
아직 내 마음이 100% 예전 같지는 않다고, 분명 마음의 크기는 줄어든 것 같다고.
그 애는 말했어요. 저도 마찬가지겠죠. 이런 말을 듣고서도, 감히 마음의 크기가 같다고 말할 수는 없겠죠.
지금도 이 결정이 옳은 결정인지 확신은 없어요.
다만 노력할거에요.
자존심 세우지 않고, 자존감 깎아먹지 말고, 괜히 재지 말고, 내가 사랑하는 만큼 표현하고 아껴주기.
제가 나중에 뒤돌아봤을때, 아- 정말 잘 사랑했다, 하고 후회없이 기억할 수 있게 말이에요.
우리의 결말과는 상관없는, 저의 소소한 목표랍니다.
제목과 부제와 상관없는 똥글 시리즈가 되어버렸지만,
사랑하며 느낀 감정들에 대해 기록하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
나의 연인에게, 보다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차곡차곡 쌓아가보렵니다.
그게 슬픔이든, 사랑이든, 미련이든, 믿음이든 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