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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몽맛탄산수 Apr 09. 2019

수영장을 옮겼다

변함없는건 내 실력뿐

행당동에서 금호동으로 이사를 했다. 다른건 다 좋은데 아쉬운건 딱 두 가지. 집 코앞에 있는 구립 도서관과 청소년수련관을 더이상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책이야 그렇다 쳐도 수영장은 집에서 가깝기가 쉽지 않기에 고작 3개월 배운 수영을 이대로 그만둬야하나 낙심할 찰나에, 금호동의 새 집과 가까운 체육 센터를 발견했다. 아무래도 올해는 수영을 배워야 할 운인가 보다.


보통 나라에서 운영하는 체육센터들은 정해진 신청 기간이 지나면 신청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은데, 이제 다닐 체육센터는 잔여 인원이 남아있다면 언제든지 신청이 가능했다. 부랴부랴 화목토 7시 반을 신청했다. 예정대로라면 저번주에 3번을 갔어야 했지만... 뭐, 자체 워밍업이었다고 생각하자. 


새로 다닐 체육센터의 좋은 점

- 집에서 5분. 1초가 아까운 이른 아침에 몇백미터 더 가까운 게 얼마나 큰지.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른다.

- 샤워실이 넓다. 더이상 아주머니들과 부비부비는 안녕!

- 난방이 잘된다. 수영장에 입장하는 찰나에 느껴지는 으슬으슬함대신 발바닥이 후끈후끈.

- 선생님. 기초반만 전담해서 봐주는 선생님이 계시다.

- 토요일도 강습을 한다. 직장인에게 주3일 아침 운동은 허상일지어니.


단점이 있다면...

- 5분은 5분인데 꺾어지른듯한 절벽같은 언덕을 넘어야 함. 비오는 날은... 엄두가 안나네 벌써부터.

- 수영장이 작다. 아직 기초반이라 아동풀에서 수영을 배우고 있는데, 자유형 팔돌리기 2세트 하면 끝나는 길이라 감질맛이 난다. 


나같은 수영 초보에겐 전문적인 강습까진 필요없고 여러가지 영법을 천천히 익히는게 좋은데, 그런 면에서 공공 체육센터의 수영 강습은 가성비가 좋다. 괜찮은 타이밍에 가면 때때로 소규모 혹은 1:1 강습이 되기도 한다. 


공공 체육센터에 오전반이다보니 아무래도 아주머니들이 많다. 탈의실부터 시끌벅적한 웃음 소리가 들려온다. 아주머니들은 어떻게 그렇게 서로들 알고 지내시는지, 내가 아는 가장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기도 하다. 나는 보통 굉장히 무표정한 얼굴로 탈의를 하고 샤워를 하는데, 사실 속으로는 아주머니들이 나누는 얘기들에 굉장한 흥미를 갖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아주머니들의 이야기 보따리는 웬만한 드라마보다 재밌을 때가 많다.


아주머니들끼리 친하다보니 다른 사람들도 친근하게 느끼시는걸까. 수영장의 아주머니들은 인심이 넉넉할 떄가 많다.

- 오늘 첫 방문이라 어떤 레일에서 수영을 해야하는지 몰랐다. 앞사람이 키판 잡고 발차기를 하길래 나도 따라 갔는데, 옆 레인의 아주머니가 여기는 상급반이라고 설명해줌. 

- 기초반 풀에서 몸을 푸는데 수영복 택이 살짝 삐져나온걸 옆에 아주머니가 다시 넣어줌.

- 수영을 마치고 샤워실에 갔더니 만석.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날 보던 한 아주머니가 샤워를 다 마치셨는지 이리 오라며 손짓해서 샤워 자리를 토스해줌. 


별거 아니라면 별거 아닌 일이지만 사소한 호의가 반복되다보면 마음 속 긴장이 풀어지기 마련이다. 어느새 수영장에 다 적응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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