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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능력이 상승하였습니다

캐나다인이 된 지 어언 2주, 가장 큰 변화

by 데브 엘라

캐나다에 온 지 어느덧 2주가 다 되어 갑니다. 열흘 남짓한 시간을 보내며 가장 강하게 느낀 변화는 ‘생존 능력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에요. 한국처럼 익숙한 환경에서는 해보지 않았을 생각과 행동을 여기서는 하게 되니까요. 나도 몰랐던 내 기저의 모습이 나온달까요?


이런 생각을 했던 몇 가지 상황들이 있었답니다.



짧은 배경 설명

8월인 현재 저는 가구가 다 갖춰진 단기 숙소에 살고 있습니다. 9월에 진짜 집 이사를 위해 단기 숙소에 살면서 집을 구했거든요. 그래서 진짜 집에 갈 때까지 웬만하면 살림살이를 크게 늘리지 않아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던 대로 캐리어만 끌고 이사를 하려 했거든요.



생존 요리

그래서 8월 한 달 동안에는 최소한의 재료로, 최소한의 짐으로 살아가기 챌린지를 하고 있습니다. 진짜 필요한 버터, 소금, 후추, 햇반, 라면, 고기, 김치, 달걀, 양파, 된장 등 이 정도의 재료만 사서 돌려 먹기를 하고 있어요. (재료가 많은 것 같지만 외식을 거의 하지 않기에 이 정도 재료는 있어야 하더군요. 그리고 되도록 탄단지 잘 챙겨서 먹어야 하므로..)


그래도 나름 각종 볶음밥, 파스타, 찌개 정도는 거뜬히 할 수 있더라고요? 외식비를 아껴서 하루하루 잘해 먹는 제 자신이 기특한 요즘입니다.


채소 다 때려 박은 토마토 파스타


캐나다 조문숙 된장 최고


당근 빠진 밋밋한 카레



생존 영어

그리고 앞서 말한 것처럼 9월부터 살 집을 구해야 했는데, 5일 동안 총 8개의 집을 보러 다녔어요. 한국에 있을 때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영어를 쓰지 않고 싶어 했거든요. 영어 연습을 해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틀릴까 봐’ 쉽게 말을 내뱉지 못했어요.


그런데 집을 보러 다니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것들을 해소해야 하고, 돈이 오가는 거래다 보니 정확하게 들어야 하잖아요. 틀려도 막 물어보고 최대한 잘 들으려 엄청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집을 보고 오면 기운이 쭉 빠지곤 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생존영어인가 싶었답니다.


화질이 왜케 구리지


나밖에 없어

그리고 더 잘 살아야지, 더 돈도 많이 벌고 많이 모아야지 싶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생각이 들긴 했지만, 이제는 낯선 땅덩어리에 떨어져 나를 지킬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니 더욱 강해집니다. 그래서 혹시나 사기당하지 않을까 임대 계약서를 새벽 내내 뚫어져라 분석하고, 여기서 아프면 안 되니 끼니를 더 잘 챙기게 됩니다.



생존을 넘어

이제 2주 남짓 되었는데 벌써 이렇게 성장한 게 느껴집니다. 1년 뒤, 3년 뒤의 제 모습은 어떨지 궁금해요. 그때는 이런 생존 능력을 자동으로 탑재해서 더 캐나다의 여유를 만끽하는 캐나다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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