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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생각이 나는 순간들

좋은 것을 물려준 엄마에게 고마워

by 데브 엘라

타국 생활을 하다 보니 엄마 생각이 더 많이 난다. 항상 곁에 있던 사람이 없어서도 그렇지만 순간순간 엄마가 했던 말과 행동들을 어느새 내가 그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이런 상황들 말이다.



밥 잘 챙겨 먹어

같이 사는 친구는 나와는 다르게 본인 건강을 잘 챙기지 않는 편이다. 일부러 그렇다기보다 아직 몰라서, 아직 습관이 안돼 서다. 친구 말로는 어머니가 맞벌이를 하셨어서 어릴 때부터 인스턴트 먹고 끼니를 대충 챙기는 게 일상이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끼니 챙기는 것에 유난인 나와 정말 다르다.


캐나다 물가는 대체적으로 비싸니 이 친구는 보통 점심을 사내 카페테리아에서 라면을 끓여 먹는다고 한다. 물론 무료고 간편하니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문제는 몸에 좋지도 않은 라면을 거의 매일 먹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끔 아침에 간식을 나눠주는데 그 또한 몸에 좋지 않은 도넛 같은 것을 준다고 한다. 아침부터 당 폭발 도넛이라..?

이 이야기를 듣고 친구에게 엄청 잔소리를 했다. 아침부터 그런 거 먹으면 안 된다고, 이제 서른 넘었으니 건강 진짜 잘 챙겨야 한다는 등.. 맨날 내 건강 걱정만 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그래서 어제는 집에 있던 방울토마토와 함께, 만들고 남은 달걀 샐러드로 샌드위치를 싸주었다. 지퍼백에 각각 잘 포장해서, 집에 있던 종이 가방에 챡 하고 넣어 출근길 손에 쥐어 주었다. 간단한 포장이라도 항상 정성스럽게 하던 엄마가 생각났다.



엄마 참 상처받았겠다

아무래도 30년 가까이 다른 인생을 살아온 둘이 같이 붙어 살려니 싸울 수밖에 없다. 습관도 다르고 위생 관념도 다르고 루틴도 다르다. 결혼한 부부와 비슷한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맞춰가야 하는 부분이 있음에 인정하고 어떨 땐 흥미롭기도 하다. 이 가운데에서도 엄마가 많이 생각난다.


친구와 무언가로 토라지거나 다툴 때, 때로는 가시 돋친 말들로 서로에게 상처를 줄 때 문득 엄마에게 했던 말들이라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반대로 친구가 곱지 않은 말로 상처를 주면 ‘나도 엄마에게 비슷한 말을 했던 적이 있었는데. 엄마는 이럴 때 참 상처받았겠다. 혼자 서운함을 삼키셨겠지’ 한다. 가끔은 참 나쁜 딸이었겠다 싶다.



좋은 걸 물려준 엄마에게 고마워

주방에는 항상 물기 없이 행주로 잘 닦아내고, 자고 일어난 침대는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고, 외출할 때도 입었던 잠옷은 아무렇게 던져놓는 게 아니라 잘 개 놓거나 걸어둔다. 불필요한 소비인가 싶지만 다리미를 사서 셔츠와 티셔츠를 다려 입는다. 구매한 채소는 아무렇게나 박아두는 게 아니라 용도별로 잘라 소분해 둔다. 아침 식사는 양배추나 토마토 등 혈당에 나쁘지 않은 음식들로 먹는다. 아침에는 핸드드립 커피를 내려 커피 향으로 집 안을 채운다.


IMG_8603.jpeg 가끔은 엄마보다 더해


유난이라 생각할 수 있는 지점들이지만 나에게는 자연스러운 일들이다. 지금도 엄마에게 나 이렇게 살고 있다 하며 사진들을 보여 주면 엄마는 대단하다고 한다. 그럼 나는 ‘엄마 딸인걸~’ 한다. 늘 그런 엄마와 살아왔고 이것이 나에게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걸.


이 좋은 것들을 물려준 엄마에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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