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를 읽다 말고 쓰기
<소설은 거울이 아니라 렌즈다.> 움베르토 에코는 이렇게 말했다. 즉 소설은 있는 그대로 세상을 비춰주는 게 아니라, 나름의 인식 도구를 이용해 세상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을 그대로 봐서 좋아'라는 이야기다. 나는 이상형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고,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좋다고 말했다. 나는 조금 의아하다 생각했지만 말하지는 않았다. 그의 이상형이 그렇다는데 반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와서 다시 곱씹어 보아도 같은 의문이 생긴다.
과연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있을까.
그전에 과연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란 게 있기는 할까.
그럴 수는 있을 것 같다. 있는 그대로의 세상이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 근데 그런 세상이 있다고 해도, 세상을 그대로 보는 사람은 정말이지 없을 것 같다. 각자가 보는 세상이 있을 뿐이다. 어린아이가 보는 세상, 청년이 보는 세상, 노인이 보는 세상이 다르다. 좌파가 보는 세상, 우파가 보는 세상이 다르다. 프로그래머가 보는 세상이 다르고, 기획자가 보는 세상이 또 다르다. 각자가 렌즈를 가지고 세상을 보는 게 아닐까 싶다.
각자의 렌즈가 있다면, 렌즈마다 각도가 있을 거다. 누군가는 아주 오목한 렌즈를, 누군가는 약간 볼록한 렌즈를 가지고 있을 거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싶다고 말한 그는 아마 각도가 비슷한 사람을 찾고 있던 게 아닐까. 그는 지금 여자 친구와 아주 잘 만나고 있다. 그 둘은 꽤 비슷한 각도의 렌즈를 가지고 있을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