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다 말고 쓰기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 이 말은 뻔하다. 굳이 종이를 낭비해가면서까지 쓸 필요는 없는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왜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가.' 갑자기 문장은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다른 햇살이 스며든다. 공기의 질감까지 부드러워진다.
여행을 좋아한다. 나 역시 그렇다.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두가 여행을 간다. 그래서 여행은 뻔하다. 모두가 무언가를 좋아한다. 그래서 좋아한다는 말도 뻔하다. 모두가 여행을 좋아한다. 그래서 '여행을 좋아한다'는 문장은 뻔하다.
저마다 여행을 한다. 같은 곳에 가도 다른 걸 느낀다. 내가 갔던 바르셀로나와 그가 갔던 바르셀로나는 다르다. 한날한시에 갔을지라도 다르다. 사실 지금 내가 사는 이곳도 누군가에게는 여행지일 수 있다.
저마다 좋아하는 게 있다. 누군가는 음악을, 누군가는 그림을, 누군가는 음식을 느낀다. 천천히 혹은 빨리, 혼자 혹은 함께, 계획적으로 혹은 마음 가는 대로, 각자 좋아하는 방식이 있다.
저마다 여행을 좋아한다. 모두가 하지만, 저마다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첫 문장에 반해버렸다. '나는 여행을 좋아한다'라는 뻔한 문장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