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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형재 Mar 27. 2019

잘못된 선택마저도

《모든 요일의 여행》을 읽다 말고 쓰기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동시에 여러 순간을 사는 사람도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선택을 한다. 지금 어디에 있을 것인가, 거기에 언제 있을 것인가. 여행에서 이 두 가지 질문은 끝없이 교차한다. '나의 시간'을 선택하고 '나의 공간'을 선택하여 그 둘을 직조하면 비로소 '나의 여행'의 무늬가 드러난다. 이 무늬는 전적으로 나의 선택이며 나의 책임이다. 그러므로 그 무늬를 사랑하는 것은 나의 의무가 된다.


여행에 가면 많은 선택을 한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고, 책임지는 건 보통 부담스럽다. 근데 여행지에서의 선택은 별로 부담스럽지 않다. 정보가 없기 때문에 틀릴 확률도 더 높지만 부담은 없다. 여행에서 더 많이 선택하기에 더 많이 책임지지만 부담은 없다. 어디로 가는 게 더 좋을지, 뭘 먹는 게 좋을지 고르고 도전한다. 틀려도 괜찮다. 여행에서 틀림은 추억으로 포장된다. 틀림마저 사랑하게 된다.


일상으로 돌아온다. 틀려도 괜찮다고 다짐한다. 잘못된 선택이어도 큰일 나지 않는다고, 부담 갖지 말라고. 여행이 끝나고 난 뒤에도 그렇게 하자고 다짐한다. 이곳에서도 잘못된 선택마저 사랑하기로 한다. 내 선택이니까. 여행보다 더 중요한 건 일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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