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드는 글쓰기》 독후감
《마음을 흔드는 글쓰기》는 글쓰기 입문서이다. 대상 장르는 소설 혹은 희곡이다. 물론 글쓰기 일반에도 도움이 되긴 하지만, 소설 장르를 쓰시는 분들에게는 꽤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창작물을 만든다는 건 세상이 정한 어떤 규칙에서 벗어나는 행위일지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창작을 위한 나름의 규칙을 정리해두었다. 풍부하게 예시를 들며 설명해주었고,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따라갈 수 있도록 구분해놓았다. 소설 쓰기의 가이드북으로, 혹은 교재로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 상상해보았다. 아마 작가는 흔들리지 않는 사람일 것만 같다. 갑자기 찾아오는 10%의 영감보다는 90%의 땀이 중요하다고 말하는 부분에서 그렇게 느꼈다. 창작이라는 분야에서는 보통 규칙을 정리하기가 어려운 법인데 체계적인 규칙을 정리했다는 점에서도 그렇게 느꼈다. 또한, 그렇게까지 규칙을 상세하게 체계화했으면서도 그 규칙을 따른다고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정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일 것만 같다. 내가 책을 읽으며 상상한 작가의 모습은 그랬다.
그렇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에 크게 관심이 없던 나는 이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평소 관심 없으면 바로 그만 보는 성격이라 앞부분만 보고 덮은 책이 잔뜩 쌓여있지만, 이번엔 참여하고 있는 글쓰연 매거진에 독후감을 써야 하기 때문에 끝까지 읽었다. 조금 참을성을 가지고 끝까지 읽으니, 끝까지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글쓰기에 특화된 책이긴 하지만, 일반적인 글쓰기에도 도움이 될만한 구절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글이 사적일수록 그만큼 취약점은 더 많아진다. 어떤 일을 덜 충격적으로 받아들일수록, 그 일이 실제로 어떠한지 표현하는 능력을 더 많이 갖게 된다.
글을 쓰는데 자신의 경험이 유용할 때가 많다. 자신만의 경험을 글로 쓰면서 마음이 좋아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하지만 글은 자신만을 위해서 쓰는 게 아니다. 읽는 이를 위해 쓰는 것이다. 단순히 자신만의 경험만을 옮겨 적는다고 해서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 자신의 경험을 느낄 수 있는 감수성은 있어야겠지만, 자신에게만 과하게 몰입해 있고 공유하려 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독자를 광범위하게 수용할 수 있는 코드와 기대치를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인간은 감정과 느낌이라는 기본 영역에서 유사하게 반응하며, 그리하여 비슷한 구조적 경험을 하기 때문이다.
주장이나 설명만 하는 글은 생동감이 떨어진다. 묘사나 서술을 하며 그림을 그리듯 보여주는 글은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읽는 사람은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해 읽는 게 아니다. 독자는 생동감 있는 글을 읽으며 머릿속에 그림을 그리며 글에 함께 참여한다.
힘든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말고 지치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머릿속에서 창의적인 기계가 계속 돌아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마라톤 선수처럼 외롭지만 지극히 행복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꾸준히 쓰는 일을 강조하는 작가들이 많다. 어쩌면 흔한 조언일지도 모르지만, 전혀 지겹게 들리지 않았다. 마라톤 선수에 비유한 설명이 참 근사하게 느껴졌고 마음을 흔들었다. 이외에도 많은 작가의 조언들이 있지만, 인상 깊었던 3가지만 추려보았다.
글쓰기란 참으로 근사한 일이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더 이상 자신에게 머물 필요가 없고, 자신이 창조한 우주에서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예를 들어 오늘 나는 남자가 되었다가 여자가 되기도 하며, 가을날 오후에 노란 낙엽을 밟고 말을 타고 숲을 지나가기도 한다.
소설 쓰는 사람들 대단하다 생각한다. 그냥 글을 쓰는 것도 어려운데, 소설은 더 어려울 것 같다. 내가 본 것에 대해서 쓰는 것도 어려운데, 소설은 내가 안 본 걸 상상해서 써야 하니 더더욱 어렵게 느껴진다. 그런데도, 아니 그러므로 소설을 쓴다는 건 아주 근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위에 인용한 플로베르의 말처럼 글로써 자유롭게 우주를 움직일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보면 소설 쓰는 것도 재밌겠다 싶다. 그래도 여전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꼭 소설이 아니더라도, 글쓰기는 근사하다. 자신을 벗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려고 키보드 앞에 앉았을 때 생각했던 내용과 글을 다 쓰고 난 후의 내용이 전혀 다를 때가 많다. 글을 한 문장 한 문장 써나가면서 글을 쓰기 전에는 절대 할 수 없었던 어떤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전의 나'와 글을 '쓰고 난 후의 나'가 달라진 것이다. 꽤 근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