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형재 Apr 03. 2019

힘을 빼고

《머리를 비우는 뇌과학》을 읽다 말고 쓰기

텅 빈 상태로 가는 길은 절대로 자동 장치가 아니며, 우리가 외부 자극을 끊어도 생각 펌프는 그리 간단히 스위치가 꺼지지 않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수는 항상 이야기한다. 힘을 빼라고, 힘이 들어가 있다고, 긴장 풀라고 한다. 기타를 배울 때 오른손은 힘을 빼고 스트로크를 해야 한다 했고, 왼손 운지는 힘으로 하는 게 아니라 위치와 각도를 정확히 해야 한다 했다. 축구를 할 때는 골대 앞에서 홈런을 날리면 왜 이렇게 잔뜩 힘이 들어가 있느냐고 욕을 먹었다. 볼링을 할 때도 힘을 빼라, 탁구를 할 때도 힘을 빼라 했다.


가끔은 기록하고 싶지 않은 날이 있다. 생각은 꽤 연속적인지라, 잔뜩 힘이 들어간 생각을 했던 날이면 그렇다. 그런 날은 긴장감이 계속 남아 있다. 눈은 책을 보지만 머릿속에는 딴생각이다. 시간이 늦어지면, 어떻게든 글을 써보려고 앉는다. 당연히 잘 안 써진다. 꾸역꾸역 쓰고 있다고 느끼지만, 어쨌든 쓴다. 글에는 긴장감이 묻어난다.


어떤 날은 이렇다. 일 하나가 끝나면, 계속 다음 일이 기다린다. 적당한 긴장감이 계속 이어진다. 저녁을 먹고 조금 졸려 온다. 밖으로 나가 가볍게 뛰고 들어온다. 밤이 되면 혼자 고요하게 책을 읽다가 기록하고 싶은 생각이 스미면 키보드 앞에 앉는다. 긴장감은 어느새 사라진다.


담백한 글이 좋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글을 보고 나면, 적당한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글을 쓰신 분은 분명 담백한 삶을 살고 있겠지. 동시에 나도 조금 더 담백한 삶을 살고 싶다고 느낀다. 그렇게 조금 더 담백한 언어를 가지고 살아갔으면 하고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두려움의 방향이 성장의 방향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