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그럼에도

《우리 이제 낭만을 이야기합시다》를 읽다 말고 쓰기

by 조형재
나는 내 글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성격의 인간은 아닌 것이 틀림없다. 여전히 나는 책을 낸다는 것이 부끄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에 있는 몇몇 글들을 자아도취적으로 아낀다는 걸 고백해야겠다.


글 쓰는 일은 많이 부끄럽다. 아주 특별한 경험에 대해 쓰는 것도 아니고, 문장을 수려하게 잘 쓰지도 못한다. 타고난 글솜씨도 없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


나를 위해 쓴다. 나는 내 부족한 글을 아낄 수밖에 없다. 나도 모르던 자아를 알게 해 주기 때문이다. 부족한 모습이건 잘난 모습이건, 꾸역꾸역 쓰다 보면 나 자신만의 이야기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나 자신도 몰랐단 이야기다. 그런 과정을 지나다 보면 나에 대한 겸손함 혹은 나에 대한 존중감 같은 게 생긴다. 이런 게 자존감 비슷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처음에는 나를 위해 썼지만, 이제는 다른 사람은 어떨까 하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보통의 나 속에 여러 이야기가 숨어 있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그들도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하기 싫은 일 안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