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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Feb 22. 2020

우주#3

유성우


거짓말만 하던 당신이

처음으로 나에게 정말 마음속의 말을 하던 날

그 말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호수에 필 수련 사이로 끝없이 비춰질 우주를 볼 수 있었을까요


마지막 말을 향해서

우리는 웃으면서 달려가고 있네요

너무 잘 알고 있어서


이 밤이 지나면 우리는 처음 그 이전으로 돌아가나요

비 내리는 오늘 밤 

하늘 사이로 별이 나의 소원만큼 우수수 떨어진대도

그 사건을 나만 모르겠군요

그러기엔 난 온통 그대가 마음에 들어서


울지 않겠지 오늘은

영 울지 않겠지 내일은

영영 울지 않겠지 그대는

오늘도 내일도 세어지지 않는 날이 문득 다가오며는

그때 별처럼 우리는 쏟아지겠지요 희망처럼.


그러면 그날의 별들은 더없이 밝을 테고 밤은 더없이 환할 테고 이제 우리는 서로에게 건넸던 말들이 가득히 덮혀서 더 이상 손 쓸 수 없을 만큼 새까매진 스케치북을 뜯고 작별을 마치겠지요 어째서 새까만 종이에 수많은 그림들이 살아있듯 피어있어서 손과 고개는 자꾸만 무거워지나요 빛나는 밤. 이런 시같이 느껴지는 것들이 적혀 나갈 때까지 희망은 얼마만큼 밉고 외로웠으며 주위를 또 얼마만큼 맴돌았는지. 나는 오늘 그것들을 위로하러 조금 느리게 걸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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