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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Feb 16. 2020

눈사람


눈이 내리면 눈사람을 만들고 싶다

눈은 왜 마음에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지


곁에 없다면

또렷한 저 앞을 가로막는

알알이 시선을 막는 이것들 사이로

네가 더 또렷히 보일 것만 같고


네가 곁에 있다면

그 사이를 헤치고 나에게 왔다는 것이 

하늘 떠날듯 증명될것만 같아서



온도는 중요하지 않았다

자연히 가로막는 이유가 있었고

그것을 핑계 삼아

그 사이로 내가 너를 만나러 간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로 우리가 만날 수 있다는 것

그 것 만 이 

눈이 마음에게 하는 일이었다



나는 매년 눈 사람을 만들었다

그것은 일련의 기도 같은 일이었다

이 자리에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눈을 좋아하는 것은

그것이 희망차게 하얘서가 아니오

강남거리를 잠시만 걸어도

금방 희꺼멓고 가득히 질척한 것들일 테니


단지

눈이 닿는 곳이 바닥이므로

아직은 떨어지고 있는 

정확히 우리 눈높이만큼의 하늘로

투명하지만 섬세하게도 엮여있던 벽이 

오늘은 조금 더 간격이 열려

그 사이로 우리는 만날 수 도 있겠다고


잘 있습니까

잘 있습니다

이 마음이 지금 내가 너를 생각하는 만큼

분분히 너에게도 내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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