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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Mar 03. 2020

불꽃놀이

이제 밤바다가 보이겠습니까


빛이 영롱하게

폭죽처럼

느릿하고 일렁이게

아주 고요하다 못해 멀리 퍼지는 밤하늘

-  이상 검어지는 것은 무리야

빛을 이기지 못하고 떠나버리는 검은 밤

그 뒤로 사뿐하게 안겨오는 하 밤파도

포근하고 잔잔한 거품 사이로

춤을 추면 언제든 서로에게 미끄러질 듯

얇은 슬리퍼를 한 손에 들고

남은 손이 허전치 않게 검지 손가락을 가볍게 걸고 걸어볼까요

찰박이는 물소리에 발이 시리면 그 핑계로 언제라도 따듯하게 손을 잡을 생각입니다


랜턴을 요리조리 비추며 밤을 쫓

밤이 흘린 어둠을 빗자루로 애써 쓸어내

너를 맞이하는 야자수 한그루 무성한 바다

그런 내가 머쓱하게 밤조차 달아나는 환하디 환한 너가 거기에 있고

달은 비추고

별들은 터지고

모래는 달콤하게 녹아내리고

그래요 너 이후로 모든 것들에게는 심장이 있군요

사방에서 동동 깊이 울리는 그 소리에 잠기면

유유하다 못해 너무나 느려 

걷는다는 말 보다 서있다는 말이 어울리는 내가 있니다


제 아름다움을 참지 못하고 봄피듯 타오르는 지금 이 불꽃 소리는 으로 어날 모든 것들을 해맑게 하고 퇴장하는 희극 조연배우읊는 요란한 서막입니다, 서막이 지나면 눈앞에 펼쳐질 그 화려한 축제가 나에게만 텅하고 는다면 무척 초라하군요


나는 탐스럽지 못하여 슬프군요

너는 빛난 적 없어서 슬프군요

나는 소중한 것이 없어서 슬프군요

너는 소중한 것이 있어서 슬프군요

그래서 내가 선 밤바다가 너무 무섭겠군요

이 사연에 하늘 울음을 참지 감탄군요

지금 마치 언제든 진눈깨비가 내릴 것 같니다

괜찮습니다


4년에 하루 더 돌아온다는 29일 그 하루 결국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거 봐요, 나에게 선물 같은 시간이 주어진 대도 나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던 내 말이 맞았잖아요 기억하지 못하겠지마는. 소중함이라는 것 뭐 그리 중요하나요.


바짝 마른 가로수와 무심하게 검은 아스팔트. 그저 익숙한 도시의 밤에 무엇이 있겠습니까. 엇이 얼마나 지켜지겠습니까.


잠시 어두운 밤에게 너무 매정하군요. 낯선 밤을 조금 더 천천히 바라봅시다. 떨어지지 못하고 바짝 시들어져 매달린 잎들에게 가로등이 켜지면 그은 이제 떨어지지 않는 벚꽃이 밤새도록 흔들리는 봄날입니다. 그 봄빛이 짙은 아스팔트에 간간히 흩어진 유리 조각을 비추면 그곳은 이제 휴가를 떠난 첫날 루프탑에서 맥주캔 따는 소리와 함께 마주친 은하수 황홀한 여름밤의 경입니다. 


여기 걸음마다 다가 있습니다. 꼭 잡아줄게요 내가. 그러니 한 발 걸어봅시다. 지금 낯선 바다를 아주 조금씩 걸어간다면 이곳에는 달도 뜨고 해도 뜰 겁니다. 파도도 매일 찾아올 거고 별이 흐리면 모래가 더욱 반짝일 겁니다. 내 말이 맞을 거예요. 어느새 신이나 살랑이는 검은 머리칼과 하얀 손끝에서 튀어나가는 보석 같은 물방울이 보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화사한 여름의 밤바다 그 자체보다 더욱 그 자체인 너가 보입니다. 아아 이보다 아름다움은 내가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 밤바다가 보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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