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라는 말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있어서
그것으로 이제 무엇을 정리할 수 있을지
이제는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담겨있는데
시간은 비로소 생겨났는데 이제는
모든 미소를 기록하여 남기고 싶다 종이는 비어있다
쓰지 말자 행과 연을 띄우는 것 만으로는 시가 완성될 리 없다고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로 시는 완성되고
기억나지 않는 너로 이제 완성되지 못한다
이제는 간격은 그 사이는
그어지는 금과 금 사이는
깨어지는 무너지는 조각과 조각
조각 앞에서만 맞추는 조각
이 조각은 저 조각과 같고
는은 는과 같고
나는 조각을 맞춰볼 뿐인데
는은 자꾸 질문 같기만 하고
맞춰지지 않아도 좋으니까
무너질 때 쾅이라는 소리가 났으면
그럼 이제라는 말보다 덜 주저 않겠는데
아무렇지 않게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
그 사이에 있어야 했던 것들은 너무나 있었고
조용히 식사가 마쳐지고
장마 사이로 주저앉는 장미
처음 접은 장미꽃을 나에게 주면 뭐하냐구
이제 장미꽃을 접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이제 라는 말 다음에는 도대체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우스운 이제를 이제 붙잡지는 못하고
운을 점치면 끝없이 따라다니는 것들
나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그래서 없는 것들
때문에 나는 조금 밉다. 겨울은 이쪽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