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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Aug 05. 2020

이제


이제 라는 말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 있어서 

그것으로 이제 무엇을 정리할 수 있을지


이제는 이라는 말로 시작하는 모든 것에는 마지막이 담겨있는데

시간은 비로소 생겨났는데 이제는


모든 미소를 기록하여 남기고 싶다 종이는 비어있다

쓰지 말자 행과 연을 띄우는 것 만으로는 시가 완성될 리 없다고

떠오르지 않는 단어들로 시는 완성되고

기억나지 않는 너로 이제 완성되지 못한다 


이제는 간격은 그 사이는

그어지는 금과 금 사이는 

깨어지는 무너지는 조각과 조각

조각 앞에서만 맞추는 조각

이 조각은 저 조각과 같고

는은 는과 같고 

나는 조각을 맞춰볼 뿐인데

는은 자꾸 질문 같기만 하고

맞춰지지 않아도 좋으니까

무너질 때 쾅이라는 소리가 났으면 

그럼 이제라는 말보다 덜 주저 않겠는데


아무렇지 않게 마주 앉아 밥을 먹으면

그 사이에 있어야 했던 것들은 너무나 있었고

조용히 식사가 마쳐지고

장마 사이로 주저앉는 장미

처음 접은 장미꽃을 나에게 주면 뭐하냐구

이제 장미꽃을 접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는데

이제 라는 말 다음에는 도대체 라는 말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우스운 이제를 이제 붙잡지는 못하고


운을 점치면 끝없이 따라다니는 것들

나에게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들 

그래서 없는 것들

때문에 나는 조금 다. 겨울은 이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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