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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Apr 01. 2020


모르겠습니다 


머문 적이 없이 떠나갔으면 

왜 이곳에는 샅샅히 흔적이 남아있는지 


새들이 피어날 꽃나무 위에서 꽃놀이 못하는 사람을 내려다본다 짖는다 자유롭지 못한 인간을 바라보며 꼴좋다 라고 생각할까 그 생각도 들지 않을 만큼 자유는 자유로울까 잊혀지는 것을 자유라고 생각했지만 자유와 너무나 가까워서 때로는 간절했다. 어느 곳에서도 바람보다 봄길보다 걸음이 더 빠르게 가기를. 가장 봄으로부터 가장 여름으로까지. 언젠가 걸작이 되겠다며 모아둔 마음 나는 이 문장을 너에게 준다.


파도에 가까운 사람은 심해에 가까운 사람과 얼마나 운명일 수 있을지. 우리는 물에 살지만 너는 하늘을 바라보고 나는 바다를 바라보고 수평선에서 등을 맞대면 어떻게 바라보아도 박수보다는 외면하는 방안이 더 편안한 마음이 들고 성공하여 구설수에 오르는 것보다 얕고 조용히 적당히 잘 살고 싶고 내가 싫어하는 것들을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꼭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싫어할 수밖에 없고 거짓말은 입을 떠나가기 직전에 가장 진심에 가까운 마음에 남아있고 거짓말은 필요한 만큼을 항상 고민한다.


거짓이 맴돌기 전에 태어난다면 다음날 거짓이 탄생한다면 처음 잠에 빠진 다음날 깨우는 것이 거짓이라면 그만큼 세상 모든 것이 의심스러울 수가 있을까. 믿지 못할 운명. 삶은 너무나 적당하지 않아서 한없이 팽창하는 것이라고. 그저 생각하는 것만큼 생을 불러볼 뿐. 시간만큼은 너를 괴롭게 하지 않기를.


편지는 답장이 오지 않을 때보다 반송되었을 때 더 선명하다. 파란 잉크와 채워져 가는 일기장. 사탕하나 만큼의 간격. 병 속에 머무는 마리모. 무엇이든 형태는 항상 살아가겠지. 미안해. 그러려던 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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