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를 거슬러 손을 젓다가
성게와 눈을 마주쳤다
바다와 나의 거리가
처음으로 두려울 만큼 가까워진 날
바캉스를 멀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퍼런 구슬 안에 주홍점 하나가
떡하니 흔들리는 것을 보고
그제서 나는 성게의 영역에
허락 없이 들임을 알았다
발밑은 한참은 아득하나
떠있을 수 있는 나의 자유로움은 사라지고
노를 젓거나
다리로 물을 차서 나올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성게에 찔리면 어떻게 되는지를 모른다
물밖에 없었을 텐데 그와 나의 사이에는
그저 눈에 엉엉 울고만 말았다.
어쩌지 못하거나
어찌하지도 않을 텐데
눈을 마주침으로
예고 없이 다가오는 것이 있다.
반가운 흔들림으로부터
성게의 내장은 고소하고 달콤한 것인데
파도를 거스르던 소년은
두둥실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