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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뎁씨 Aug 24. 2020

9 - 19



9.
서로가 마음에 있는데
말하지 못하고 신경만 쓰인다면
그건 대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 걸까요


10.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식사이고 너무 아무렇지 않은 매일을 말하지 않고 말하지 않기로 약속했고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고


11.
행복했으므로 감내해야 할 외로움. 저쪽 하늘로 날아간 그네가 이쪽 하늘로 다시 날고. 이쪽이 있어서 저쪽이 있고 반동이란 의미를 눈앞에서 너무나 쉽게 확인해버리고. 한없이 또 외로움을 인정버리고


12.
내가 기다리는 것은 그인데 떠오르는 건 그대이군요 내가 지금 벌써 그라고 말했나요


13.
맞춰봐요 당신의 어디까지 들리는지.
맞춰봐요 당신은 어디까지 들리는지.
박동이라는 단어는 들켰다와 동음인가요


14.
들키고 싶어서 들키고 싶지 않은 것들과
들키고 싶지 않아서 들키게 된 것들에게


15.
사람은 본디 마음에 고양이 같은 것들이 하나씩 있어서 야생처럼 언제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래서 밥그릇을 놓고도 우리는 마주하지 못할 때가 빈번하며 그것이 오히려 어울리는 것에 알맞다. 그러나 어느 날의 고양이가 맴돌게 될 텐데 곁에 앉더라도 쓰다듬지 않는다. 그것을 우리는 고양이라고 하고 우리를 고양이라고 말해줄 것이다


16.
고양이 주인이 마냥 부러울 뿐이고


17.
신세 졌다는 차가운 말
아직도.라는 말은 어쩜 이리 길 수가 있는지


18.
그럼

이만 먼저 무너집니다


19.
부디 라는 말로 시작하는 것들은
다시 안 보겠다는 것인데
그 말은 너무나 따듯하면서도
너는 그 말을 따라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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