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심보가 고약하다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맛집 마지막 테이블에 운 좋게 자리잡고 속속 들어와 웨이팅을 하는 사람 구경하는 걸 매우 즐거워한다.
맛있는 음식들을 참 좋아하지만 기다리는 건 싫어하기 때문에
유명인의 맛집이라던가 SNS에 유명한 맛집이라던가 이런 곳은 보통 대게 나의 선택지 밖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꼭 그런 경우들이 생긴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던 보물같았던 곳들이 갑작스레 유명해진다거나, 더 유명해진다거나.
"사장님!!! 조금 일하고 많이 버세요!!"
'사장님이 만족하실만큼 벌되 너어어어무 유명해지면 안되요 사장님, 내가 두 번 세 번 올게요!!!!'
뒷 바람은 마음 속으로만 외친다. All time Favorite Place 들은 나만의 비밀 맛집으로 간직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의 소중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알려주며 "여긴 내가 아는 맛집인데 말이야"하고 비밀 얘기 해주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그런데 이런 나의 추억의 비밀 장소가 아주 갑자기 몹시 유명세를 타버리면 큰 박탈감을 느낀다. 뭐 남자친구 뺏긴 박탈감이 이럴까. 나만의 비밀 장소에서 심리적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그러다가 그리우면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엔 조금 애매한 시간을 노리며 방문한다. 오전 11시 쯤이라던가, 오후 5시 쯤이라던가.
그렇게 틈새 시장을 노리지만 타이밍이 맞지 않아 사람들이 이미 많이 차있을 때,
거기에서 핵심은 바로 마지막 테이블 하나를 내가 얻는다는 것.
이건 내게 그 오랜 식당이
'왔어? 내가 너 온다고 특별히 남겨놨어. 얼른 들어와! 맡아두느라 힘들었다고!'
라고만 인사하는 것 같다.
'오예, 나이스 타이밍!'
마지막 테이블에 편히 자리를 잡고 옷이나 가방등 소지품을 정리하고선 메뉴판을 느긋하게 구경하면 슬슬 한 발 늦은 사람들이 자리 있어요? 혹은 웨이팅 얼마나 있어요? 라는 소리가 들린다.
메뉴판을 열어 좋아하는 음식들을 이것 저것 신중히 고른다. 아, 웨이팅이 있어서 신중히 고르는 건 아니다. 맛있는 한끼를 좋아하기 때문에 음식을 대충 시켜서 끼니를 때우는 걸 싫어할 뿐이지. 그렇게 메뉴 선정이 끝나면 기쁜 마음으로 음식이 나오기 전까지 문 밖이나 창문 밖을 구경한다.
사람의 심리란 참으로 오묘해서 리미티드라던가, 하나 남은 마지막 제품이라던가, 마지막 자리라던가 그런 희소성에 더 큰 짜릿함을 느낀다.
'제가 먼저 맛있게 먹겠습니다!'
준비된 음식들을 양껏 즐기고 나면 그래도 늦지 않게 서둘러 자리를 비운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나는 바쁜 사람들이 춥고 덥고 혹은 피곤한데 오랜 시간 기다리며 고생하는 걸 유난히 좋아하는 고약한 사람은 아니다.
그들이 '생각보다 얼마 안걸렸어!'하는 기쁨 그리고 기다리며 얻은 음식에 대한 기대와 만족이 함께 어우러지는 그런 식사가 되길 바라며 말이다.
조금은 못됬지만 나는 웨이팅 있는 맛집의 마지막 테이블에 자리잡고 사람들 구경하는 순간들을 참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