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이 출근한 월요일 오전 10시 카페에서 커피마시기

by 데비안

그래, 나는 못됬다. 맛집 마지막 남은 테이블에 앉아 웨이팅 구경하기에서 부터 월요일 직장인들 약올리며 아침에 커피 마시기를 좋아하는 그런 나쁜 사람이다.


나는 회사에서 일을 할 때면 평일 밤낮 주말 할 것 없이 밥먹을 시간도 없을 만큼 바빴다. 우스겟소리로 시급으로 월급 받으면 부자 되겠다고 입버릇 처럼 말했다. 제약회사에서 마케팅 PM은 일에 미친 사람 아니고서야 오래 일하기 힘들다며 여러 프로젝트들 사이에서 시간적 여유는 물론이거니와 정신적 여유는 찾기 힘들었다.


커피를 참 좋아했지만 직장인인 나에게 커피의 향을 온전히 즐기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커피는 정신을 깨우는 각성제 혹은 카페는 회의, 사회 생활의 연장선 같고 말이다.

퇴사를 하고 좋은 점은 시간적 여유가 너무 많아서 정신적 에너지가 조금만 찬다면 그 '여유'를 아주 오랜 만에 들여다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여유는 어떻게 즐겨야 제맛이냐고?

월요병에 고생하는 직장인들 약올리면서!

농담반 진담반, 너네는 일하지 나는 쉰다 라는 그런 약간의 놀림에

너무나 바빴던 지난 나를 투영하며 이젠 좀 쉬고 있구나를 느끼는 진담 100%를 더한다.


'이 집의 커피는 이렇구나.'


머그잔을 두손으로 가득 잡으니 그 온기와 매끈한 질감이 같이 전해진다.

커피 한 잔에 맛, 향, 온기, 촉감까지 온전히 느껴본다.


커피 한 잔의 시간도 이렇게 오감이 충만할 수 있구나라는 그런 생각을 더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월요일 오전으로 돌아온다.


'오늘과 화요일만 견디면 수요일은 어떻게 지나가고 목요일 오면 곧 금요일이니깐요!'

오지라퍼의 응원을 월요일에 지친 직장인들에게 원두 향에 실어 보낸다.

나는 그렇게 직장인들이 출근한 월요일 오전 10시에 즐거운 커피 타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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