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념 또는 고백
2호 형아 새끼 보아라.
내 나이 이제 9년 8개월이나 먹었다.
너희 사람들 나이로 치자면 65살 정도 된다고 하더라.
환갑이 넘은 나이가 되다 보니 조금 기력이 없어지긴 했다.
살도 빠지고, 근육도 빠지고..
맘마 먹은 게 소화가 안되어서 토도 많이 하다 보니 점점 더 약해지는 거 같긴 하더라.
그래서인가 가끔 다리가 부들부들 떨릴 때가 있다.
근데 내가 부들부들 떠는 게 맘마 얻어먹으려고 불쌍한 척 연기하는 거라고 형아 새끼 네가 자꾸 놀리는데 그거 아니다.
근력이 약해지다 보니 서 있으면 힘이 달려서 그런 거다.
뭐, 내 간성뇌증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니 신경 쓰지 마라!
그냥 늙은 개라서 그런 거다.
아, 얘기가 자꾸 세려고 하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다.
2호 형아 새끼야.
가끔 네가 나와 차니에게 이런 짓을 할 때가 있다.
이 나이에 "둥가 둥가 둥가 둥가"라니...
차니의 표정을 좀 봐라.
어이가 없어 넋을 놨더라.
이건 아니지 않냐?
그만하라고 경고의 뽀뽀까지 해도 왜 못 알아듣는 거니?
저번에는 네가 나한테 이런 짓도 했지.
총질이 하고 싶으면 컴퓨터로 게임을 해.
왜 나를 붙들고 총질이야.
내가 너무 기가 막혀서 으르렁 소리도 안 나오더라.
그리고 내가 높은데 싫어하는 거 아냐? 모르냐?
저렇게 높이 들고 있으면 내가 쫄겠냐?! 안 쫄겠냐?!
아! 오해는 하지 마라.
으르렁 못한 건 기가 막혀서이지 무서워서가 아니었어!
그건 확실히 하자!
무튼!
저 때 내가 속으로 염불 외듯이 그랬다.
'나이 많은 내가 참자. 가지고 놀다가 제자리에만 갖다 놔라...'
2호 형아 새끼, 너는 애정표현이 굉장히 거친 성향이 있어.
'둥가 둥가'도 모자라 위아래로 흔들어대면 정신이 하나도 없다.
안 그래도 얼굴살 빠져서 뼈밖에 없는데 뺨을 저렇게 물어대면 내가 화가 안 나겠냐?
참다 참다 "으르렁" 성질을 내면 알아들을 법도 한데
아랑곳하지 않는 너란 형아 새끼...
내가 어째야 하는 거니...
네가 나를 많이 좋아해서 힘 조절이 안 되는 거 이해한다.
내가 좀 덜 이뻤어야 하는데 넘치게 이뻐서 미안하다.
우리 이제 적당히 사랑하자.
나이가 들수록 겁이 많아진다더니 요즘 내가 그렇다.
자잘하게 걱정도 많아지고, 두려움도 많아지고 그런다.
뭐 때문이냐고?
얘기하기 싫은데 얘기해야 형아 새끼 네가 오해를 안 하려나?
나는 이제 노견이야.
게다가 아프기까지 하잖아.
우리가 같이 한 세월보다 같이 할 세월이 훨씬 적게 남았어.
그래서 나에게는 한 가지 소원이 생겼어.
언제일지 모를 우리의 이별이 조금은 덜 힘들었으면 해.
우리가 지금처럼 너무 좋아서 힘 조절이 안 되는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 이별할 때 슬픔의 조절도 불가능할지도 몰라.
조절되지 않는 슬픔 때문에 너무 힘들어할 형아 새끼 너와 가족들을 생각하면 몹시 슬프고 무섭고 두려워.
그러니 우리 적당히 사랑하자.
그때 덜 아플 수 있게.
내 소원, 들어 줄 거지?
그런데...
내가 힘 조절이 될는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