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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Oct 13. 2022

전지적 차니 시점

아빠보세요.

가을바람 냄새가 너무 좋아요, 아빠.

그래서 엄마한테 창문을 열어달라고 한참을 졸랐어요.

열린 창문으로 불어오는 바람 속 냄새는 너무 흥미로워요.

벚꽃나무 이파리의 푸릇한 향기, 102호 아줌마가 준비해 둔 맘마를 먹는 길냥이 냄새, 301호에서 풍겨 올라오는 김치찌개 냄새, 주차장을 오가는 자동차마다의 냄새.

또 어떤 냄새를 발견할 수 있을까?

궁금해서 계속 코를 씰룩거렸어요.

그때 마침 옆집 지붕에 처음 본 까치 친구가 놀러 왔어요.

반가워서 "왕!"하고 인사를 했더니 까치가 날아가버리더라고요.

놀자고 얘기한 건데 까치는 왜 나랑 안 놀아주고 가버린 걸까요?




고백할 얘기가 있어요.


엄마가 쪄서 식탁 위에 두었던 고구마 있잖아요.

사실, 그거 쭈니 형이랑 제가 다 먹었어요.

쭈니 형이 식탁 의자를 밟고 올라가서 먹다가 바구니를 엎어서 떨어뜨렸거든요.

안 먹으려고 했는데 눈앞에 고구마는 있고, 집에 아무도 없으니.. 참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고구마를 많이 먹어서인가 방귀는 자꾸 나오고.

방귀를 막아보려고 쿠션으로 똥꼬를 막아도 소용이 없더라고요.

밤 중에 방귀 뀌면서 정신 사납게 뛰어다녀서 죄송해요.




근데 저 아빠한테 서운한 게 있어요



아빠는 왜 뽀뽀를 싫어해요?

엄마랑 형아는 맘껏 뽀뽀할 수 있게 해 주는데, 아빠는 왜 뽀뽀를 피해요?

나는 말을 못 해요.

내가 "왕왕!(사랑해!)"라고 짖어도 아빠는 알아듣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몸으로 표현하는 수밖에 없어요.


곁에 다가가 몸에 엉덩이를 붙이는 거,
배 위에 올라가서 얼굴을 들이미는 거,
정성을 다해, 시간을 들여 뽀뽀하는 거,


이  모든 게 내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라고요.


그러니까 내 뽀뽀를 받아줘요.


나는 아빠가 참 좋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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