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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Oct 07. 2022

아빠 전 상서(前 上書)

가을 공기가 너무 좋아요, 아빠

어제까지만 해도 뜨겁던 공기가 상쾌해졌어요


오늘 아침엔 옆 동 옥상에 까치 친구들이 놀러 왔어요

한참 동안 짹짹짹 짹 수다를 떨더니 저한테 아는 척도 않고 날아가 버렸어요


환한 대낮에는 낮잠이라도 자면서 버틸 수 있는데

아빠가 외출 준비를 하는 아침과, 아빠가 귀가하기 전인 저녁은 마음이 못 견디겠어요


아무도 없는 조용한 시간, 간지러운 발을 핥다가

문득 보이지 않는 아빠가 보고 싶어 두리번거리며 찾기도 하고요


어두워지는 현관 앞에서

인기척 소리에 귀를 쫑긋거리며 집중해요.


왕왕 짖어도 보고, 낑낑 울어도 보고. 멍하니 현관을 쳐다보기도 해요

그저 보고 싶을 뿐이에요, 아빠




나태주님의 시 "아버지 1"에서 영감을 받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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