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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릭 Feb 19. 2024

배려의 습관

"어제 카드를 놓고 온 거 같은데."


청주동물원의 마스코트 사자 바람이의 영상 속에서 나뭇잎이 바람에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평화롭게 고막을 간지럽히던 때였다.

이어폰을 뚫고 들어오는 건조한 말투가 평화를 깼다.


"주유하고 거기다 놓고 온 거 같은데."

"농협카드."

"6시 47분."


출근길이지만 이미 지친 사람들이 가득한 경의선 안은 고요했다.

그 고요를 중년남성의 통화 소리가 깨고 채웠다.

첫마디에 가족과 통화 중인가 했다.

허나 그다음 말에 아 저건 카드를 놓고 온 주유소에 건 문의전화였구나 파악이 되었다.

주유소 직원이 기다려달라 했는지 잠시 정적이 흘렀다.


"OOO(이름)"

"농협 OOOO카드"

"있어요? 감사합니다."


카드를 찾은 남자는 전혀 감사하지 않은 말투로 감사를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어휴, 왜 이러냐. 진짜."


남자는 혼잣말로 자책했다.


남자의 통화를 들으며 나는 분명히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그게 무엇 때문인지 나는 남자가 한 말을 되새기며 이유를 파악했다.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어제 카드를 놓고 온 거 같은데."


하지만 나라면 

"안녕하세요. 어제 거기서 주유를 했는데 카드를 놓고 같아요. 혹시 찾아봐 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양해를 구했을 거 같다.


너무나 간결했던 

"농협카드. 6시 47분. OOO(이름). 농협 OOOO카드"


나라면 적어도 문장이라도 만들어서 말했을 것 같다.

"농협 OOOO카드이고요, 이름은 OOO입니다. 6시 47분쯤 사용했습니다."


상대가 잘못해서 카드를 건네주지 않은 게 아니다.

본인이 셀프주유를 하고 카드를 놓고 와서 카드를 찾아주십사 양해를 구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고압적인 말투로 양해나 배려를 구하지 않은 채 자신의 실수를 짜증스러운 말투와 더불어 상대에게 발산했다.

본인의 실수로 놓고 온 카드를 찾아달라 요청하는 상황임에도 그 남자의 태도는 무례했다. 그런 그의 말투가 카드를 찾아준 상대의 기분을 좋게 했을까?


말 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라는 말을 나는 참으로 신뢰한다.

그것은 친절하고 따스한 말투로 상대를 전혀 스크래치 낼 수 없을 만큼 포근한 것일 수도 있고, 단호하고 논리 정연하게 잘못된 것을 알려주는 포스 넘치는 조언일 수도 있다.

어떤 상황의 말이라도 상대와 나에 대한 배려가 전제되어 있어야 누구나 이해 가능하게 전달이 된다고 믿는다.

그렇게 전달하는 말이 진심을 담고 진실로 전해진다 믿는다.


소통에 배려를 담아 건네는 그리 어렵지 않다.

그저 실천하기만 하면 나도 상대도 좋다.

그렇다면 버릇처럼 그냥 좀 하자.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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